- ▲ 강릉 굴산사터 당간지주.
명작의 조건 중 하나는 몇 번을 보아도 볼 때마다 깊은 감동이 있고, 일부러라도 그것을 찾아가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 명작 중 하나가 강릉 굴산사(掘山寺)터 당간지주(幢竿支柱·보물86호)이다. 드넓은 논 한가운데 버티듯 서 있는 5.4m의 육중한 돌기둥 한 쌍이 그렇게 감동적일 수 없다. 그것이야말로 대지의 설치미술이다.
통일신라의 당간지주들은 대부분 돌기둥을 곱게 다듬고 윤곽선을 단정하게 새긴 것이지만 굴산사터 당간지주만은 우람한 자연석에 최소한의 인공을 가하면서 정으로 쫀 자국을 그대로 남겨두어 자연스러운 형태미와 돌의 질감이 살아 있다. 현대조각에서나 볼 수 있는 이런 조형감각이 하대신라 9세기에 구현되었다는 것이 놀랍다.
당간지주란 절집에서 당(幢·깃발)을 걸기 위한 간(竿·장대)을 지탱해 주는 지주대로 요즘의 국기게양대 같은 것이다. 당간 자체는 사라졌지만 '계룡산 갑사 당간'의 예를 보면 아마도 높이 1m 정도의 철통을 20여개 이어 붙여 세우고 꼭대기는 도르래를 설치한 용머리로 장식했을 것이다. 당간지주 높이가 5.4m라면 당간은 20m 이상 올라야 비례가 맞으니 이 거대한 당간에 아름다운 깃발이 휘날리는 모습을 상상해 보면 사라진 굴산사의 위용을 가히 짐작할 수 있다.
굴산사는 하대신라 구산선문(九山禪門) 중 하나로 범일(泛日·810~889) 국사가 851년에 개창한 절이다. 범일국사는 태어날 때부터 행적이 기이하고 도력이 높아 많은 전설을 낳았는데 세상을 떠난 뒤에는 대관령 서낭이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으로 등재된 강릉단오제는 대관령의 범일 국사 사당에 제사지내는 것으로 시작된다. 어제가 단오였고 강릉단오제는 19일까지 계속된다. yellowday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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