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송詩 사랑詩

90. 지울 수 없는 얼굴 - 고정희

yellowday 2012. 12. 5. 20:53

지울 수 없는 얼굴 - 고정희

 

냉정한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얼음같은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불 같은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무심한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징그러운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아니야 부드러운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그윽한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따뜻한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내 영혼의 요람같은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샘솟는 기쁨같은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아니야 아니야

사랑하고 사랑하고 사랑하는 당신이라 썼다가

이 세상 지울 수 없는 얼굴이 있음을 알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