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麗的 詩 ·人

[스크랩] 가을의 시 모음

yellowday 2012. 11. 27. 07:18

 

출처 : 凹Г닷물로도 끌수 없는 ㅅГ랑♡그己l움
글쓴이 : 에너벨己l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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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시 겨울사랑 / 전재승


가을엔
시(詩)를 쓰고 싶다.
낡은 만년필에서 흘러
나오는
잉크빛보다
진하게
사랑의

오색 밀어(密語)들을
수놓으며
밤마다 너를 위하여
한 잔의 따뜻한 커피같은
시(詩)를
밤새도록 쓰고 싶다
 
 



 
 
 
가을날 / 김현성
 


가을 햇살이 좋은 오후
내 사랑은 한때 여름 햇살 같았던 날이 있었네

푸르던 날이 물드는 날
나는 붉은물이 든 잎사귀가 되어
뜨거운 마음으로 사랑을 해야지

그대 오는 길목에서
불 붙은 산이 되어야지
그래서 다 타 버릴 때까지
햇살이 걷는 오후를 살아야지
그렇게 맹세하던 날들이 있었네

그런 맹세만으로
나는 가을 노을이 되었네
그 노을이 지는 것을 아무도 보지 않았네
 
 


 
 
가을시 2 / 유재영


지상의
벌레소리
씨앗처럼
여무는

다 못 쓴
나의 시
비워둔
행간 속을
금 긋고
가는 별똥별
이 가을의
저 은입사(銀入絲)!


* 은입사 : 청동이나 주석 등에 새겨 넣은 은 줄.
 
 



 
 
가을 저녁의 시 / 김춘수


누가 죽어 가나 보다
차마 다 감을 수 없는 눈
반만 뜬 채
이 저녁
누가 죽어 가는가 보다.

살을 저미는 이 세상 외롬 속에서
물 같이 흘러간 그 나날 속에서
오직 한 사람의 이름을 부르면서
애터지게 부르면서 살아온
그 누가 죽어 가는가 보다.


풀과 나무 그리고 산과 언덕
온 누리 위에 스며 번진
가을의 저 슬픈 눈을 보아라.


정녕코 오늘 저녁은
비길 수 없이 정한 목숨이 하나
어디로 물같이 흘러가 버리는가 보다.
 
 


 
 
 가을사랑 / 도종환


당신을 사랑할 때의 내 마음은
가을 햇살을 사랑할 때와 같습니다.


당신을 사랑하였기 때문에
나의 마음은 바람부는 저녁숲이었으나
이제 나는 은은한 억새 하나로 있을 수 있습니다.


당신을 사랑할 때의 내 마음은
눈부시지 않은 갈꽃 한 송이를
편안히 바라볼 때와 같습니다.

당신을 사랑할 수 없었기 때문에
내가 끝없이 무너지는 어둠 속에 있었지만
이제는 조용히 다시 만나게 될
아침을 생각하며 저물 수 있습니다.


지금 당신을 사랑하는 내 마음은
가을 햇살을 사랑하는 잔잔한 넉넉함입니다.


 

 
가을엔 1 / 추경희


시간이 가랑잎에 묻어와
조석으로 여물어 갈 때
앞 내 물소리
조약돌에 섞여
가을 소리로 흘러내리면

들릴 듯 말 듯
낮익은 벌레소리
가슴에서 머문다
하루가 달 속에서 등을 켜면
한 페이지 그림을 접 듯
요란 했던 한해가
정원 가득 하늘이 좁다

 
 



 
 
 가을의 시 / 김초혜


묵은 그리움이
나를 흔든다

망망하게
허둥대던 세월이
다가선다


적막에 길들으니
안 보이던
내가 보이고

마음까지도 가릴 수 있는
무상이 나부낀다
 




 
 
 
가을에 아름다운 것들 / 정유찬


가을엔
너른 들판을 가로 질러
노을지는 곳으로
어둠이 오기 전까지
천천히 걸어 보리라


아무도 오지 않는
그늘진 구석 벤치에
어둠이 오고 가로등이 켜지면
그리움과 서러움이
노랗게 밀려 오기도 하고


단풍이
산기슭을 물들이면
붉어진 가슴은
쿵쿵 소리를 내며
고독 같은 설렘이 번지겠지


아, 가을이여!
낙엽이 쏟아지고 철새가 떠나며
슬픈 허전함이 가득한 계절일지라도
네게서 묻어오는 느낌은
온통 아름다운 것들뿐이네.
 
 

 

 

 

 

가을일기 / 이해인

 

잎새와의 이별에

나무들은 저마다

가슴이 아프구나

 

가을의 시작부터

시로 물든 내 마음

바라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에

조용히 흔들리는 마음이

너를 향한 그림움인 것을

가을을 보내며

비로소 아는구나

 

곁에 없어도

늘 함께 있는 너에게

가을 내내

단풍 위에 썼던

고운 편지들이

한잎한잎 떨어지고 있구나

 

지상에서 우리가

서로를 사랑하는 동안

붉게 물들었던 아픔들이

소리 없이 무너져 내려

새로운 별로 솟아오르는 기쁨을

나는 어느새

기다리고 있구나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가을 저녁의 시 / 김춘수

 

 

누가 죽어가나 보다

차마 다 감을 수 없다는

반만 뜬 채

이 저녁

누가 죽어가는가보다

살을 저미는 이 세상 외롬 속에서

물같이 흘러간 그나날 속에서

오직 한 사람의 이름을 부르면서

애터지게 부르면서 살아온

그 누가 죽어가는가보다

 

풀과 나무 그리고 산과 언덕

온누리 위에 스며 번진

가을의 저 슬픈 눈을 보아라

 

정녕코 오늘 저녁은

비길 수 없는 정한 목숨이 하나

어디로 물같이 흘거가 버리는가보다

 

 

 

 


 

 

가을볕 / 박노해

 

가을볕이 너무 좋아

고추를 따서 말린다

 

흙마당에 널어놓은 빨간 고추는

물기를 여의며 투명한 속을 비추고

 

높푸른 하늘에 내걸린 빨래가

바람에 몸 흔들어 눈 부시다

 

가을볕이 너무 좋아

가만히 나를 말린다

 

내 슬픔을

상처난 내 욕망을

 

투명하게 드러나는

살아온 날들을

 

 

 


 

 

 

가을 엽서 /
안도현

 

한 잎 두 잎 나뭇잎이
낮은 곳으로
자꾸 내려앉습니다
세상에 나누어줄 것이 많다는 듯이
나도 그대에게 무엇을 좀 나눠주고 싶습니다

내가 가진 게 너무 없다 할지라도

그대여
가을 저녁 한때
낙엽이 지거든 물어보십시오

사랑은 왜
낮은곳에 있는지를

 


 

 

 

가을편지 /고
정희

 

무르익기를 기다리는 가을이

흑룡강 기슭까지 굽이치는 날

무르익을 수 없는 내 사랑 허망하여

그대에게 가는 길 끊어버렸습니다

그러나 마음 속에 길이 있어

마음의 길은 끊지 못했습니다

 

황홀하게 초지일관 무르익은 가을이

수미산 산자락에 기립해 있는 날

황홀할 수 없는 내 사랑 노여워

그대 향한 열린 문 닫아버렸습니다

그러나 마음 속에 문이 있어

마음의 문은 닫지 못했습니다

 

작별하는 가을의 뒷모습이

수묵색 눈물비에 젖어 있는 날

작별할 수 없는 내 사랑 서러워

그대에게 뻗은 가지 잘라버렸습니다

그러나 마음 속에 무성한 가지 있어

마음의 가지는 자르지 못했습니다

 

길을 끊고 문을 닫아도

문을 닫고 가지를 잘라도

저녁 강물로 당도하는 그대여

그리움에 재갈을 물리고

움트는 생각에 바윗돌 눌러도

풀밭 한벌판으로 흔들리는 그대여

그 위에 해와 달 멈출 수 없으매

나는 다시 길 하나 내야 하나 봅니다

나는 다시 문 하나 열어야 하나 봅니다

 

 

 


 

 

 

가을편지 /
이성선

 

잎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원고지 처럼 하늘이

한 칸씩 비워가고 있습니다

 

그 빈곳에 맑은 영혼의 잉크물로

편지를 써서 당신에게 보냅니다

 

사랑함으로 오히려

아무런 말 못하고 돌려보낸 어제

다시 이르려해도

그르칠까 차마 또 말 못한 오늘

 

가슴에 고인 말을

이 깊은 시간

한 칸씩 비어가는 하늘 백지에 적어

당신에게 전해달라

나무에게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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