釜山 * Korea

쓰레기·분뇨로 신음하던 부산 을숙도… 17년 복원 끝에 철새공원으로

yellowday 2012. 11. 14. 19:43

 

입력 : 2012.11.14 03:01 | 수정 : 2012.11.14 10:45

철새 오가던 동양 최대 도래지… 80년대 난개발로 생태계 짓밟혀
1995년부터 공원화 계획세워 내달 초 일반에 공개키로

12일 오후 2시쯤 부산 사하구 을숙도생태공원 최남단 탐조대. 나무로 만든 탐조대 곳곳에 뚫린 직사각형의 작은 창에 얼굴을 바짝 붙이자 200m가량 떨어진 갯벌에 머물고 있는 흰색 고니 10여마리가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보였다. 고니들은 철새의 주된 먹이인 '새섬매자기'의 뿌리를 먹느라 분주했다. 이근희 부산시 낙동강사업본부 사업부장은 "철새를 더 가까이 볼 수 있도록 기존 탐조대보다 50m 정도 더 갯벌 쪽에 가깝게 만들었다"고 했다.

부산 을숙도(乙淑島)가 생태공원으로 탈바꿈, 다음 달 초 문을 연다. 을숙도는 낙동강의 물살이 옮겨온 토사가 하구에 쌓여 만들어진 3.52㎢(106만평) 크기의 모래섬이다. 1980년대만 해도 100만마리 이상이 찾는 동양 최대의 철새 도래지였다.

그러나 1987년 염해 방지 등을 위해 강과 바다 사이에 하굿둑이 건설되고, 2003년 3월 이전까지 준설토 적치장, 쓰레기 매립장, 분뇨 해양 처리장 등으로 이용되면서 악취가 진동했다. 철새도 크게 줄었고 생태계도 타격을 입었다. 부산시는 1995년 10월 을숙도에 생태공원을 만들기로 계획을 세웠고, 2000년 4월부터 2005년 12월에 걸쳐 파밭과 준설토 적치장을 인공습지로 바꿔 나갔지만 예산 문제로 난항이 반복됐다. 그러다 2009년 12월 낙동강 살리기 사업에 포함되면서 생태공원 조성사업이 탄력을 받았다. 3년간 국비 664억원이 투입됐다.

쓰레기·분뇨로 신음하던 부산 을숙도… 17년 복원 끝에 철새공원으로 쓰레기·분뇨로 신음하던 부산 을숙도… 17년 복원 끝에 철새공원으로
이르면 오는 12월 초순께 을숙도생태공원을 정식 개장하고 시민 출입을 허용한다고 부산시가 밝혔다. 정식 개장을 앞 둔 12일 오후 부산 사하구 을숙도생태공원 위를 고니떼가 날아다니고 있다. /남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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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숙도는 낙동강 하굿둑 도로를 기준으로 남쪽 하단부와 북쪽 상단부로 나뉜다. 쓰레기 매립장이 있던 하단부는 소나무 등 각종 나무와 물억새들로 새단장했다. 물억새는 아직 키가 작지만 내년이면 무성해질 전망이다. 을숙도 중앙습지에선 회갈색 도요새 30여마리가 갯지렁이 등을 잡느라 뛰어다니고, 오리 200여마리가 자맥질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번에 을숙도에 만든 산책로를 이용하면 하단부의 큰 습지 4개와 크고 작은 수로(水路) 모두를 둘러볼 수 있게 돼 있다. 산책로와 습지 사이에 나무를 심어 철새가 탐조객 때문에 놀라지 않도록 설계됐다. 이 부장은 "을숙도생태공원은 새들의 '쥐라기 공원' 같은 곳"이라고 했다.

을숙도 서쪽 끝 생태이동통로를 넘으면 을숙도 상단부 일웅도(87만㎡)에 닿을 수 있다. 준설토 적치장이었던 이곳엔 낙동강이 보이는 전망대를 포함해 생태호수, 버드나무숲 등이 자리를 잡았다. 을숙도생태공원에는 모두 70여종 25만여그루의 크고 작은 나무가 심어졌다.

일부 환경단체에서는 생태공원이 지나치게 인공적으로 조경돼 자연스러운 을숙도만의 매력이 줄었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낙동강사업본부는 "을숙도가 시민에겐 즐거움을, 철새에겐 편안한 휴식처가 되도록 더욱 세심하게 관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