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日報 萬物相

'코이카'의 젊음들

yellowday 2012. 10. 9. 18:53

입력 : 2012.10.08 22:41

페루의 잉카 유적지 마추픽추에 가려면 흙바람 이는 코라오 마을을 거쳐야 한다. 하루 15만 관광객이 지나가지만 마을 사람들은 메마른 땅에 감자 농사를 짓거나 엉성한 1달러짜리 토기 잔을 팔며 어렵게 살았다. 페루 정부는 2004년 우리 정부에 "뛰어난 한국 도자기 기술을 마을 사람들에게 가르쳐 달라"고 요청했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은 10만달러를 들여 코라오 마을에 도자기학교를 세우고 도예를 전공한 젊은이들을 파견했다.

▶마을 사람들은 잉카 전통 토기에 한국 도예를 결합한 도자기 기술을 배워 멋진 기념품을 만들었다. 잉카 잔 한 개 값이 1달러에서 10달러로 뛰어 살림이 한결 넉넉해졌다. 초기부터 도예를 가르치던 길동수씨와 박은미씨는 결혼해 현지에 정착했다. 부부는 민박을 꾸리면서 노숙인에게 빵을 나눠주는 봉사를 이어 오고 있다. 코이카는 지금까지 65개국에 9000여명을 내보내 교육·농업·IT·지역개발 같은 다양한 분야를 가르치고 돕는다.

▶우리 해외봉사단의 모델이 미국 평화봉사단(Peace Corps)이다. 케네디는 1960년 대통령에 출마해 "봉사로 세계 평화에 기여하자"며 평화봉사단을 주창했다. 1961년 초대 단장은 그의 매제 로버트 사전트 슈라이버가 맡았다. 미국은 모두 140여 개국에 20만명을 파견해 왔다. 한국에선 66~81년 2500여 젊은이가 활동했다. 1975년 부여에서 영어를 가르쳤던 여교사 캐슬린 스티븐스는 2008년 미국 대사가 돼 돌아왔다.

▶한국이 해외봉사단을 내보내기 시작한 해가 1990년이다. 1965년 시작한 일본보다 25년 늦었다. 네팔을 비롯한 네 나라, 44명으로 출발했던 봉사단은 계속 늘어나 2009년부터 해마다 1000명을 넘는다. 규모로 쳐서 미국·일본에 이어 세계 3위다. 미국은 민주주의 가치를 알리는 데 중점을 둔다. 일본은 전후(戰後) 이미지 개선과 에너지 확보를 위한 사전 활동에 주력한다. 개도국들은 특히 한국 봉사단원을 반긴다. 한국이 가난을 벗고 도움받는 나라에서 도움 주는 나라가 된 경험을 배우고 싶어한다.

스리랑카에서 자동차 정비를 가르치던 김영우씨, 피아노를 가르치던 장문정씨. 두 코이카 젊은이가 엊그제 낙뢰에 맞아 숨졌다. 인생에서 가장 찬란한 시기를 먼 나라 사람들에게 바친 두 젊음이 애석하다. 해외 봉사는 결심하기도 어렵지만 여러모로 열악한 현지 환경을 버텨내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도중에 포기하고 돌아오는 경우는 6%밖에 안 된다. 해외봉사 지원자는 해마다 늘고 있다. 우리 젊은이들의 아름다운 도전도 끊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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