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日報 萬物相

빗물稅

yellowday 2012. 9. 6. 06:38

입력 : 2012.09.06 01:33

지구상 물의 총량은 14×10¹�Mt이다. 바닷물·빙하·강물·호숫물에 지하수까지 다 합친 양이다. 고르게 펴면 2.7㎞ 깊이로 지구 표면 전체를 덮는 양이라고 하니까 가늠하기 힘들 만큼 엄청난 양이다(마크 드 빌리어스 '물의 위기'). 그러나 바닷물을 제외하면 2.5%밖에 남지 않고, 빙하 같은 것을 빼면 그 2.5%에 해당하는 담수(淡水)의 다시 0.26%만 사람이 쓸 수 있는 물이다. 전 세계의 물을 5L 용기에 넣는다고 할 때 인간이 이용 가능한 물은 찻숟가락 하나 정도다.

▶물을 이용하려면 빗물이 강을 거쳐 바다로 흘러가기 전에 어딘가에 담아둬 육지에서의 체류 시간을 늘리는 작업이 필요하다. 댐이 그런 역할을 하는 구조물이다. 농업용 수로도 물의 흐름을 지그재그로 늘려 체류 시간을 늘리게 된다. 서울 건국대 옆 주상복합 스타시티에 있는 3000t 저장 용량의 지하 빗물 저장고 역시 빗물을 붙잡아두는 역할을 한다. 스타시티는 모아둔 빗물을 화장실용, 화단용으로 재활용한다. 덕분에 스타시티의 가구당 수도 요금은 월평균 100원에 불과하다고 한다.

▶서울시가 '빗물세'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한다. 빗물이 땅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막는 콘크리트 같은 불투수층(不透水層) 면적이 크면 건물주에게 많은 빗물세를 매기겠다는 것이다. 독일의 10여개 도시에서 이런 빗물세를 걷고 있다. 독일의 상하수도 고지서를 보면 상수도료·하수도료·빗물세의 세 가지로 구성돼 있다. 건물·주택의 바닥이 불투수층으로 돼 있으면 빗물이 곧장 하천으로 흘러나가 집중호우 때 홍수 위험이 높아지게 된다.

▶베를린의 번화가인 포츠다머 플라츠 지역은 녹지와 연못, 지하 저장고 등을 골고루 갖춰 빗물 가운데 하천으로 흘러나가는 양을 1% 아래로 묶고 있다. 베를린 훔볼트대학은 아예 일체의 빗물이 흘러나가지 않도록 무방류(無放流)가 원칙이라고 한다. 빗물이 땅으로 스며들면 지하수가 풍족해진다. 지하수는 시간을 두고 서서히 하천으로 빠져나가게 돼 댐이 물을 저류해두는 것과 같은 효과를 거둔다.

▶서울의 하수관로는 빗물과 오수(汚水)가 함께 흐르는 합류식(合流式)이다. 그 바람에 하수처리장에선 오수만 아니라 멀쩡한 빗물까지 처리하느라 쓸데없는 에너지와 돈을 써야 한다. 도시를 아스팔트·콘크리트로 뒤덮어 빗물이 땅으로 스며들지 못하게 만든 당사자는 바로 서울시다. 빗물세를 부과해 건물주들이 땅바닥을 가급적 콘크리트로 덮지 않도록 유도하려는 의도는 알겠지만, 빗물 관리 실패에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서울시가 시민에게 빗물세를 부과하겠다고 나서는 게 영 엉뚱하다는 느낌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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