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9.06 03:06 | 수정 : 2012.09.06 03:45
전기 '시인 백석' 펴낸 송준씨
20년 전 완성된 원고 - 北의 백석 가족에 피해 줄까 전기 쓰고도 출판 미룬 저자
빚더미에 대장암까지 덮쳐 '백석은 잊자' 다짐했지만…
"백석 詩만 읽으면 가슴이 뛴다" - 헌책방 주인, 그 단골손님 식당 주인에 농사꾼까지…
입원한 저자 찾아와 "책 내자"
- 흰색 모시 적삼 차림의 백석. 1938년 영생고보 교사 시절이다. /사진제공=송준
전기 저자이자 자료 공개자인 송준(50)씨의 사연부터 극적이다. 국문학을 전공한 전문 연구자는 아니었지만 그는 국내 최초의 백석 평전으로 꼽히는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1994·전 2권)의 저자였다. 백석의 절창인 ‘남신의주…’(1948)는 평론가 김현이 “한국 문학이 낳은 가장 아름다운 시의 하나”로 극찬한 작품. 송씨는 그 제목을 빌려온 이 평전에서 일제강점기까지의 백석을 썼다. 중국·러시아·일본을 총 30회 가까이 자비로 방문하면서 자료 조사와 관련 인물 인터뷰를 통해 거둔 성과였다. 이듬해인 1995년에는 백석 시의 원본 표기를 그대로 살린 ‘백석시전집’(학영사)을 간행했다. 문학평론가 서울여대 이숭원 교수는 “현재 백석 연보의 상당 부분이 송준의 이 책에 의존하고 있다”면서 “이후 진행된 백석의 시어 해석이나 생애사는 모두 이 업적들을 토대로 한 것”이라고 했다. 2001년에는 백석이 양강도 삼수군 협동농장에서 양치기를 하다가 1996년에 사망했다는 사실을 백석의 유족에게서 직접 받은 사진, 편지 등과 함께 처음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그의 이름은 백석 연구자 리스트에서 갑자기 사라진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는 믿기 힘든 이야기를 털어놨다. 이번에 새로 펴낸 ‘시인 백석’(전 4권)은 일제강점기 시절은 물론 1996년 세상을 떠나기까지 일생을 그려낸 평전. 예전 전기에 광복 이후 북한에서의 삶을 더했다. 그런데 이번에 새로 쓴 것이 아니라 “이미 20년 전에 원고가 완성됐다”는 것이다. 새로 공개한 자료도 마찬가지. ‘남신의주…’ 출간 시점인 1994년 당시 이미 집필과 자료 수집이 끝났다는 뜻이다.
- 작가 송준(왼쪽에서 둘째)의 열정을 다시 불태운 천안의‘백석에 미친 사람들’. 이한배, 이은상, 김중일, 김복현(왼쪽부터)씨가 이은상씨가 운영하는 한정식집에 모였다. 가운데 대형 액자는 이 식당에 걸려 있는 백석의 절창(絶唱)이다. /천안=신현종 기자 shin69@chosun.com
그는 “당시 북에 있는 백석과 그 가족에게 피해가 있을까 우려해 출간을 미뤘다”고 했다. 김일성 우상화에 반대해 시 창작을 포기하고 번역과 아동문학 창작에 전념해야 했다는 내용이 골자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이유들이 고개를 들었다. 출판사까지 차려 자비로 출간했던 ‘남신의주…’는 학계의 찬사를 받았지만, 재정적으로는 파탄 지경에 이르렀다. 수집했던 자료를 팔아 경제적 위기를 극복하려 했지만 “백석을 돈으로 바꾸려 한다”며 욕만 먹어야 했다. 송씨는 “백석을 사랑하면 할수록 나는 경제적으로 어려워졌다”고 했다. 그는 백석을 잊었고 원고와 자료도 창고에서 10년 넘게 잠을 잤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병마와도 싸워야 했다. 생각지도 않은 대장암 발병으로 올해 초 그는 부산의 한 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입원해야 했다. 그런데 열정의 불씨는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생각지도 않은 시점에 다시 피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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