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日報 萬物相

출판 한류

yellowday 2012. 6. 29. 00:01

입력 : 2012.06.28 22:38

미국과 유럽 출판계에선 요즘 북유럽 추리소설을 내는 게 새로운 유행이다. 스웨덴 작가 스티그 라르손이 2005년 낸 소설 '밀레니엄' 3부작이 미국과 유럽에서 2000만부가량 팔린 뒤 생긴 현상이다. 스웨덴 문학에선 1945년 나온 동화 '말괄량이 삐삐' 말고 세계적으로 히트한 책이 없었다. 이제는 서구 출판사들이 제2의 '밀레니엄'을 찾아내려고 스웨덴과 북유럽 작가 붙잡기 경쟁을 벌인다고 한다. 출판 시장도 스타 플레이어 한 명이 판을 새로 짠다.

신경숙 소설 '엄마를 부탁해'는 미국을 비롯한 31개국에 판권이 팔렸다. 신경숙은 "해외 출판사들이 한국 문학 특유의 공동체 감각에서 새로운 문학의 희망을 찾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제2의 신경숙'을 발굴하려는 미국 출판사도 늘어났다. 지난 4월 명문 출판사 펭귄클래식은 100만부 넘게 팔린 황선미의 '마당을 나온 암탉'을 출간하기로 결정했다. 한국문학번역원 지원을 받는 문학 작품이 2001년 15건에서 2011년 54건으로 늘면서 '문학 한류'가 꿈틀거리고 있다.

▶대중문화 덕분에 한류 발상지가 된 중국과 동남아에 '출판 한류' 바람이 불고 있다. 국내에서 200만부 가까이 팔린 김난도 서울대 교수의 베스트셀러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중국 출판 시장에서 5주째 베스트셀러 종합 선두를 지키고 있다. 중국어판을 낸 광서과기출판사는 "이 책이 취업난에 시달리는 중국 청년들 사이에 강렬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김난도 교수의 책은 일본을 비롯한 8개국에 판권이 팔렸다.

▶중국에선 우리 책이 2009년부터 해마다 1400종 넘게 번역 출간되고 있다. 미국·영국·대만·일본 책에 이어 다섯째로 많다. 출판 한류의 주류는 재테크·건강·육아를 다룬 실용서다. 집값이 뛰고 가계 빚이 늘면서 노후가 불안한 중국 독자들이 사정이 비슷한 우리의 재테크 책을 읽으며 고개를 끄떡인다고 한다. 한국 책의 경쟁력은 일본 책보다 저작권료가 싸면서 디자인과 콘텐츠가 좋은 데 있다.

프랑스 외무부는 저작권 수출을 적극 지원한다. 해마다 외국 작가들을 나라별로 단체로 초청하는 '벨 에트랑제' 행사도 연다. 정부가 외국 문학과 교류에 나서 외국에서 프랑스 문학이 더 잘 알려지는 계기를 만든다. 대중성이 떨어지는 프랑스 순수문학과 학술서를 내는 해외 출판사에는 비용도 대준다. 우리도 나라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저작권 수출이 함께 늘어나고 있다. 출판 한류가 '문학 한류'와 '인문학 한류'로 이어지도록 더 세밀하고 전문적인 국가 지원을 생각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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