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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삿갓 (28) 若捨金剛景

yellowday 2011. 3. 25. 13:17

28. 若捨金剛景


김삿갓이 혼자서 萬物相 구경을 갔을 때는 奇奇 怪怪한 경치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다가 다음과 같은 시를 읊었다.


      금강산에서 경치를 빼 놓는다면

      청산은 모두 벼대만 남을 것이니

      그 후엔 나귀 탄 길손들

      흥이 없어 주저하겠네.

      若捨金剛景

      靑山皆骨餘

      其後騎驢客

      無興但躊躇


어느 가을날 석양 무렵에 한 누각에 올라서는 저물어 가는 가을 경치를 바라보며 다음과 같은 시를 남기기도 했다.


      긴 여름 다 지나고 가을이 가까운데

      삿갓 버선 벗어 놓고 다락에 다가오니

      물소리는 들을 지나 담 밑으로 흘러가고

      노을빛 물안개 자옥하여 인가를 둘러싸네.

      長夏居然近素秋

      脫巾抛襪步行樓

      波聲通野巡墻滴

      靄色和烟繞屋浮


      술 항아리 바닥나고 목은 상기 타는데

      시는 좀처럼 되지 않아 이맛살을 찌푸리오.

      그대여 비가와도 이대로 헤어지세

      집에 가 잠이 들면 꿈만은 그윽하리.

      酒到空壺生肺渴

      詩猶餘債上眉愁

      與君分手芭蕉雨

      應相歸家一夢幽


梅月堂 金時習은 금강산 절경이 너무도 감격스러워 시를 한 수도 짖지 못했다고 했으나, 김삿갓은 절경을 대할 때마다 시를 짓지 못하는 심경을 시로써 읊어 나갔던 것이다. 그러고 보면 김삿갓이야말로 天稟的으로 詩魂을 타고 났던 시인이었는지 모른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