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若捨金剛景
김삿갓이 혼자서 萬物相 구경을 갔을 때는 奇奇 怪怪한 경치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다가 다음과 같은 시를 읊었다.
금강산에서 경치를 빼 놓는다면
청산은 모두 벼대만 남을 것이니
그 후엔 나귀 탄 길손들
흥이 없어 주저하겠네.
若捨金剛景
靑山皆骨餘
其後騎驢客
無興但躊躇
어느 가을날 석양 무렵에 한 누각에 올라서는 저물어 가는 가을 경치를 바라보며 다음과 같은 시를 남기기도 했다.
긴 여름 다 지나고 가을이 가까운데
삿갓 버선 벗어 놓고 다락에 다가오니
물소리는 들을 지나 담 밑으로 흘러가고
노을빛 물안개 자옥하여 인가를 둘러싸네.
長夏居然近素秋
脫巾抛襪步行樓
波聲通野巡墻滴
靄色和烟繞屋浮
술 항아리 바닥나고 목은 상기 타는데
시는 좀처럼 되지 않아 이맛살을 찌푸리오.
그대여 비가와도 이대로 헤어지세
집에 가 잠이 들면 꿈만은 그윽하리.
酒到空壺生肺渴
詩猶餘債上眉愁
與君分手芭蕉雨
應相歸家一夢幽
梅月堂 金時習은 금강산 절경이 너무도 감격스러워 시를 한 수도 짖지 못했다고 했으나, 김삿갓은 절경을 대할 때마다 시를 짓지 못하는 심경을 시로써 읊어 나갔던 것이다. 그러고 보면 김삿갓이야말로 天稟的으로 詩魂을 타고 났던 시인이었는지 모른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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