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1.25 22:14
한국적 서정을 세련된 모더니즘으로 추구하던 수화(樹話) 김환기(金煥基·1913~74)는 1963년에 미협 이사장, 홍익대 미대학장이라는 사회적 지위를 헌신짝처럼 버리고 뉴욕으로 건너가 서양의 모더니즘에 정면으로 도전하였다. 나이 50세에.
뉴욕으로 건너간 수화는 그가 즐겨 그리던 항아리, 매화, 산, 강, 그리고 고향땅 신안의 섬마을, 뻐꾸기 소리 등을 점(點)으로 환원시켰다. 그는 일기에서 '서울의 오만가지'를 생각하며 점을 찍었다고 했다. 김환기의 점에는 서구 모더니스트들의 냉랭하고 물질뿐인 올오버 페인팅, 색면파 추상, 미니멀 아트에서는 느낄 수 없는 동양적 서정과 인생이 서려 있다. 그래서 그의 대작 '10만 개의 점' 앞에선 울음이 복받치기도 한다. 뉴욕 이전이 동도서기(東道西器)였다면 뉴욕 이후는 서도동기였다. 나는 미국의 마크 로드코보다 김환기가 한 수 위라고 생각하고 있다.
내년으로 김환기는 탄신 100주년을 맞이한다. 지금 갤러리현대에서는 이에 대비한 대규모 김환기전(2월 26일까지)이 열리고 있다. 전시 이벤트로 그의 대표작 두 점을 고르는 인기투표가 있었다. 나는 '항아리와 매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사진·부분)에 한 표씩 던졌다. 두 점 모두 미래의 국보라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
나의 국보순례는 이번 회로 일단 끝을 맺는다. 지난 3년간 이 지면을 함께해준 독자 여러분과 조선일보에 감사드리며, 어디서 무엇이 되든 국보를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으로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한다. yellowday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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