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美術산책

[38] 아들들을 소개하는 코넬리아

yellowday 2011. 11. 22. 21:43

아들들을 소개하는 코넬리아


고전적인 건물을 배경으로 어린 딸의 손을 잡고 우아하게 서 있는 여인은 기원전 2세기 고대 로마 공화국에서 농지 개혁을 이끌었던 정치가 그라쿠스 형제의 어머니, 코넬리아다. 현모양처의 대명사인 그녀는 이웃집 여인이 자신의 보석들을 실컷 뽐낸 후에, "당신의 보석을 자랑해보라"고 하자, 주저 없이 아들들을 선보였다. 안젤리카 카우프만(Angelica Kauffman· 1741~1807)의 작품 '아들들을 소개하는 코넬리아'(1785년경·사진)에서 책과 노트를 지닌 코넬리아의 보석 같은 두 아들은 과연 미래의 영웅답게 당당하고 기품 있게 그려졌다.

카우프만은 스위스 출신으로, 영국 런던에서 활동한 신고전주의 회화의 거장이다. 신고전주의 미술가들은 역사 속 위인들의 거룩한 행적과 도덕적인 교훈을 주로 그렸는데, 카우프만은 이처럼 딱딱한 주제를 부드럽고 감성적인 붓 터치로 표현해 대저택을 장식하기 위해 미술품을 주문하는 귀족들의 욕구를 만족시켰다.

1768년, 카우프만은 영국 왕립 아카데미의 창립 회원이 된다. 그녀 이후로 1936년 로라 나이트(Laura Knight·1877~ 1970)가 회원이 될 때까지 여성 아카데미 정식 회원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어려웠던 시대에 카우프만이 화가로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아버지의 열성적인 교육 덕분이었다. 역시 화가였던 아버지는 외동딸의 교육을 위해 외국으로 이주를 거듭할 정도로 정성을 다했다. 자식의 성공은 이처럼 부모의 희생을 담보로 한다. 작품 속 코넬리아도 아마 아들들의 교육비를 대느라 보석에 눈을 돌릴 여유가 없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