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투탕카멘
이집트 제18대 왕조의 파라오였던 투탕카멘(기원전 1341~ 1323년경)은 1922년 금은보화로 가득한
그의 무덤이 발굴된 이래 고대 문명에 대한 낭만적 환상을 자극하는 신비의 아이콘이 되었다.
그러나 정작 이집트 왕조의 역사에서, 어린 나이에 즉위하여 고작 10년간 재위하다 18세에 급사한 '비운의 소년왕'
투탕카멘은 미미한 존재였을 뿐이다. 수많은 파라오의 피라미드와 달리 그의 무덤만이 유일하게 도굴을 피했던 것도,
워낙 갑자기 사망했기에 지위에 어울리지 않는 작은 무덤에 급히 매장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의 죽음에 대해서는 이론이 분분했다. 발굴 당시의 학자들은 미라의 두개골이 손상된 것으로 보고,
정치적 음모의 한가운데 있던 어린 왕이 결국 둔기에 맞아 암살되었으리라고 했다.
'미라의 저주' 같은 으스스한 괴담이 나올 법한 이야기였지만, 2005년에 실시된 CT 촬영 결과, 사인(死因)은
무릎 골절에 의한 합병증으로 판명되었다. 극적인 죽음을 상상했던 많은 이들은 그의 소박한 병명에 적잖이 실망했을 것이다.
황금관(棺)에 조각된 투탕카멘〈사진〉은 갈고리와 도리깨를 손에 쥐고 양팔을 엇갈아 가슴에 얹고 있다.
이는 사자(死者)의 신, 오시리스의 모습이다. 이집트인들은 파라오가 죽으면 사후 세계와 부활을 관장하는
최고의 신 오시리스가 된다고 믿었다. 낭만적으로 암살을 당했든, 평범하게 병사했든 죽어서 신이 된 것으로도 모자라
온 인류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으니, 사후의 명성으로는 투탕카멘을 따를 파라오가 없을 것이다.
yellowday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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