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우가 (물, 바위, 소나무, 대나무,달) : 고산 윤선도
내 벗이 몇이나 하니 수석(水石)과 송죽(松竹)이라
동산에 달 오르니 긔 더욱 반갑고야
두어라 이 다섯 밖에 또 더하여 무엇하리.
구름 빛이 좋다 하나 검기를 자로 한다
바람 소리 맑다 하나 그칠 적이 하노매라
좋고도 그칠 뉘 없기는 물뿐인가 하노라.
꽃은 무슨 일로 피여서 쉬이 지고
풀은 어이하여 푸르는 듯 누르나니
아마도 변치 아닐손 바위뿐인가 하노라.
더우면 꽃 피고 추우면 닢 지거늘
솔아 너는 어이 눈서리를 모르는다
구천(九泉)에 불휘 곧은 둘을 글로 하여 아노라.
나무도 아닌 것이 풀도 아닌 것이
곧기는 뉘 시기며 속은 어이 뷔엿는다
저렇고 사시(四時)에 푸르니 그를 좋아하노라.
작은 것이 높이 떠서 만물을 다 비추니
밤중에 광명이 너만한 이 또 있느냐
보고도 말 아니 하니 내 벗인가 하노라.
yellowday 10' 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