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송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국보 제68호 청자상감 운학문 매병(靑瓷象嵌 雲鶴紋 梅甁·사진)은 형태와 빛깔과 문양 모두에서 고려청자의 독창적인 아름다움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본래 매병은 송나라에서 유행하던 술병이었지만 청나라 때는 매화꽃을 장식하는 꽃병으로 애용하면서 매병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매병에는 매실 같은 과실과 술을 넣은 다음 베보자기로 주둥이를 감싸고 나서 뚜껑을 덮어 과실주를 담갔다. 근래 중국에서는 1천년 전에 담근 술이 그대로 들어 있는 송나라 매병이 출토되어 세인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매병은 고려에서도 크게 유행하여 고려청자의 대표적 기형으로 꼽히고 있다. 양각, 음각, 상감 기법을 구사하여 모란꽃, 연꽃, 대나무 등 갖가지 무늬를 새겨 넣는 다양성을 보여주며 순청자는 물론이고 백자, 흑유도 있다. 특히 학과 새털구름은 고려인들이 아주 사랑하는 무늬였다. 혹은 한 마리가 여유롭게 날기도 하고, 혹은 두 마리가 아래 위에서 날기도 한다. 그런 중 이 운학문매병은 창공에 가득한 학과 새털구름을 절묘하게 디자인해냈다. 몸체에 동그라미 원창 일곱 개를 여섯 단으로 배치하여 42마리를 그려 넣고, 원창 사이사이로 23마리가 날고 있다. 원창 안의 학은 위로 향하여 날고, 원창 밖의 학은 아래쪽으로 내려오고 있다. 학의 날개는 백상감, 부리와 다리는 흑상감으로 표현하여 흑백의 대비가 선결하다.
이 운학문매병은 형태미도 대단히 아름답다. 높이 42㎝의 훤칠한 키에 어깨는 풍만하고 허리 아래로 내려오는 곡선미가 유려하기 그지없다. 이에 비해 주둥이는 아주 작게 마무리되어 있어 기형(器形)에 긴장미가 살아 있다. 유약은 광택있는 맑은 회청색이 고르게 씌워져 있고, 빙렬(氷裂)이라고도 불리는 '식은태'가 성글게 몸체를 감싸고 있다. 상감청자의 절정에 달했던 13세기 중엽, 부안 유천리가마에서 제작된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yellowday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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