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잣나무 배 <황진이>
● 반달을 노래함 <황진이>
산은 옛 산이로되 물은 옛 물이 아니로다
주야(晝夜)에 흐르거든 옛 물이 있을손가
인걸(人傑)도 물과 같도다 가고 아니 오는 것은
* 황진이 자신을 청산에 비유하여 변치 않는 정을 노래하고 있다.
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베어내어
춘풍 이불 아래 서리서리 넣었다가
님 오신 날 밤이어든 굽이굽이 펴리라
* 외로운 밤을 한 허리 잘라내어 님 오신 밤에 길게 풀어 놓고 싶다는 연모의 정을 황진이만의 맛깔난 어휘로 노래하고 있다.
마음이 어린 후이니 하는 일이 다 어리다
만중 운산(萬重雲山)에 어느 님 오리마는
지는 잎 부는 바람에 행여 긘가 하노라
- 화담 서경덕
내 언제 무신(無信)하여 님을 언제 속였관데
월침 삼경(月沈三更)에 올 뜻이 전혀 없네
추풍(秋風)에 지는 잎 소리야 낸들 어이 하리오
- 황진이
* 그리운 정에 떨어지는 잎 소리마저도 님이 아닌가 한다는 화담의 시조에 지는 잎 소리를 난들 어찌하겠느냐는 황진이의 안타까움을 전한다.
● 청산리 벽계수야… <황진이>
어져 내 일이야 그릴 줄을 모르던가
이시랴 하더면 가랴마는 제 구태어
보내고 그리는 정은 나도 몰라 하노라
* 이별의 회한을 노래한 것으로 황진이가 시조의 형식을 완전히 소화하고 있다는 평을 듣는 시조이다.
中前朝色 (설중전조색) 눈 가운데 옛 고려의 빛 떠돌고
寒鐘故國聲 (한종고국성) 차디찬 종소리는 옛 나라의 소리 같네
南樓愁獨立 (남루수독립) 남루에 올라 수심 겨워 홀로 섰노라니
殘廓暮烟香 (잔곽모연향) 남은 성터에 저녁연기 피어 오르네
* 황진이는 옛 고려의 수도인 송도에서 태어나 평생을 송도를 중심으로 살았다. 남아 있는 몇 편 안 되는 황진이의 시 중에 두 편이 송도를 노래한 것이다.
*<성옹지소록>에 보면 황진이가 거문고를 즐기는 모습이 나온다.
-황진이는 성품이 소탈하여 남자와 같았으며 거문고를 잘 타고 노래를 잘 불렀다.
-평생에 화담 선생을 사모하여 반드시 거문고를 메고 술을 걸러 선생의 거처에 가서 한껏 즐기다가 돌아가곤 했다.
*서경덕 또한 거문고를 즐겼으며, 거문고에 대한 몇 편의 시를 남기고 있다. 그의 성리설은 우주의 근원과 현상세계를 모두 '하나의 기(一氣)'로 파악하였는바, 그는 이 하나의 기를 '태허(太虛·우주 생성 이전의 상태)' 개념으로 표출하고 '선천(先天)'과 일치시켰다. 모든 현상세계가 생성되어 나오는 동정(動靜) 생극(生克)의 계기는 이 하나의 태허 속에 내포되어 있으며, '기'가 스스로 그렇게 하는 것이라 해석한다. 그는 '이(理)'를 '기'의 위에 두기를 거부하고 '기'가 생성 작용하는 '후천(後天)'의 현상세계에서 그 정당성을 잃지 않게 하는 자기통제력으로 파악하였다.
즉 '이'는 '기를 주재하는 것'이라 하여, '이'를 '기'의 한 속성으로 한정한 것이다. 그가 <줄 없는 거문고에 새긴 글>과 <줄 있는 거문고에 새긴 글>을 나란히 지었던 것도 바로 소리 없는 가운데 소리를 듣는 음악의 본체와 소리 속에서 음률의 조화를 즐기는 음악의 응용으로, '태허―선천과 동정―후천'의 구조로 이루어진 그의 기철학적 세계를 생생하게 암시해주는 것이다.
無絃琴銘(무현금명) 줄 없는 거문고에 새긴 글 <화담 서경덕>
1.
琴而無絃, (금이무현) 거문고에 줄이 없는 것은
存體去用. (존체거용) 본체(體)는 놓아두고 작용(用)을 뺀 것이다.
非誠去用, (비성거용) 정말로 작용을 뺀 것이 아니라
靜基含動. (정기함동) 고요함(靜)에 움직임(動)을 함유하고 있는 것이다.
聽之聲上, (청지성상) 소리를 통하여 듣는 것은
不若聽之於無聲, (불약청지어무성) 소리 없음에서 듣는 것만 같지 못하며,
樂之刑上, (악지형상) 형체를 통하여 즐기는 것은
不若樂之於無刑. (불약악지어무형) 형체 없음에서 즐기는 것만 같지 못하다.
樂之於無刑, (악지어무형) 형체가 없음에서 즐기므로
乃得其 , (내득기 ) 그 오묘함을 체득하게 되며,
聽之於無聲, (청지어무성) 소리 없음에서 그것을 들음으로써
乃得其妙. (내득기묘) 그 미묘함을 체득하게 된다.
外得於有, (외득어유) 밖으로는 있음(有)에서 체득하지만,
外得於無. (내득어무) 안으로는 없음(無)에서 깨닫게 된다.
顧得趣平其中, (고득취평기중) 그 가운데에서 흥취를 얻음을 생각할 때
爰有事於絃上工夫 (원유사어형상공부) 어찌 줄(絃)에 대한 노력을 기울이게 되는가?
2.
不用其絃, (불용기현) 그 줄은 쓰지 않고
用其絃絃律外官商. (용기현현율외관상) 그 줄의 줄소리 밖의 가락을 쓴다.
吾得其天, (오득기천) 나는 그 본연을 체득하고
樂之以音. (락지이음) 소리로써 그것을 즐긴다.
樂其音, (락기음) 그 소리를 즐긴다지만,
音非聽之以耳, (음비청지이이) 소리는 귀로 듣는 것이 아니요,
聽之以心. (청지이심) 마음으로 듣는 것이다.
彼哉子期, (피재자기) 그것이 그대의 지표이거늘
曷耳吾琴. (갈이오금) 내 어찌 거문고를 귀로 들으리?
琴銘(금명) 거문고에 새긴 글 <화담 서경덕>
1.
鼓爾律, (고이율) 그대의 가락을 뜯으며
樂吾心兮, (락오심혜) 나의 마음을 즐겁게 하고
諧五操, (해오조) 여러 가지 곡조를 고르되
無外淫兮 (무외음혜) 밖으로 지나치진 않는다.
和以節, (화이절) 강단으로써 조화시키어
天其時兮, (천기시혜) 날이 가고 사철이 바뀌듯하며,
和以達, (화이달) 통달함으로써 조화시키어
鳳其儀兮. (봉기의혜) 봉황새도 법도를 따라 춤추게 한다.
2.
鼓之和, (고지화) 그것을 뜯어 조화시킴으로써
回唐虞兮, (회당우혜) 요순시대로 돌아가며,
滌之邪, (척지사) 사악함을 씻어냄으로써
天與徒兮. (천여도혜) 자연과 융화되는 사람이 된다.
操?洋, (조아양) 높다란 소리?넓은 소리를 타지마는
人孰耳兮. (인숙이혜) 그 누가 귀담아 듣겠는가?
繁而簡, (번이간) 번거롭기도 하거니와
有如味兮. (유화미혜) 간략한 데 뒷맛이 있느니.
偶吟(우음) 우연히 짓다 <화담 서경덕>
殘月西沈後(잔월서침후) 잔월도 서쪽으로 진 뒤에
古琴彈歇初(고금탄헐초) 오랜 거문고 타기를 비로소 쉬네
明喧交暗寂(명훤교암적) 밝고 소란함과 어둡고 적막함이 섞이니
這裏妙何如(저리묘하여) 이 속의 오묘함이 어떠하냐
* 황진이의 임종에서 빠뜨릴 수 없는 인물이 바로 백 호(白湖) 임제(林悌, 1549~1587)이다. 평생 황진이를 못내 그리워하고 동경하던 그는 마침 평안도사가 되어 가는 길에 송도에 들렀으나 황진이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절망한 그는 그길로 술과 잔을 들고 무덤을 찾아가 눈물을 흘리며 다음의 시조를 지어 황진이를 애도했다.
청초(靑草) 우거진 골에 자는다 누웠는다
홍안(紅顔)은 어디 두고 백골만 묻혔나니
잔(盞) 잡아 권할 이 없으니 그를 슬허하노라
조정의 벼슬아치로서 체통을 돌보지 않고 한낱 기생을 추모했다 하여 백호는 결국 파면을 당하며 얼마 지나지 않아 임종을 맞게 된다. 슬퍼하는 가족들에게 "내가 이같이 좁은 나라에 태어난 것이 한이로다" 하고 눈을 감았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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