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 컬렉션'
기증받은 작품 1488점 살펴보니
입력 2021.05.07 20:37 | 수정 2021.05.07 20:37
①50년 만에 세상에 나온 이중섭의 대표작 ‘흰소’(1953~1954).
②이중섭이 전쟁 당시 맞은 첫눈의 인상을 그린 ‘바닷가의 추억-피난민과 첫눈(1950년대).
③이중섭 은지화 ‘묶인 사람들’(1950년대).
④이중섭 엽서화(1941).
⑤이중섭의 스승 백남순의 ‘낙원’(1937).
“삼성가(家)에서 특별히 아끼던 작품입니다.”
보고(寶庫)의 속살이 드러났다. ‘이건희 컬렉션’ 기증품 세부 내역을 7일 공개한 국립현대미술관 측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기증 작품 1488점으로 근대 미술 소장품의 양과 질이 비약적으로 도약했다”고 밝혔다. 특히 주목할 지점은 한국인이 사랑하는 화가 이중섭(1916~1956)의 작품이 회화(19점)·은지화(27점)·엽서화(43점)까지 104점이나 포함된 사실이다. 미술관은 “기존 미술관 예산으로는 상상할 수도 없던 대작”이라고 했다. 마침 올해는 소의 해다.
1972년 전시 이후 행방이 묘연했던 ‘흰소’(1953~1954)는 이번 기증으로 거의 50년 만에 빛을 보게 됐다. 힘겹게 앞으로 나아가려 안간힘 쓰는 처절한 몸짓의 소다. 현존하는 것으로 알려진 ‘흰소’는 5점. 미술관 측이 “역사적 사건”으로 평가하는 이유다. “일제강점기부터 우리 민족을 상징하는 동물인 데다 흰색은 조선의 색으로 인식됐기에 ‘흰소’가 지니는 상징성이 매우 크다”고 했다. 감정단체에서는 가치를 50억원 이상으로 평가했다. 1955년 이중섭 개인전에 출품됐다가 이후 시인 김광균이 구매해 소장했던 ‘황소’(1954)도 강렬하다.
7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 '이건희 컬렉션' 세부 내역 발표장에서 이중섭의 '흰소'가 소개되고 있다. /연합뉴스
가난했던 화가가 캔버스 살 돈이 없어 담뱃갑 은박지에 그림을 그린 은지화(銀紙畵)는 이중섭의 트레이드마크다. 이번에 기증된
‘묶인 사람들’(1950년대)은 그중에서도 독특하다. 그림 속 등장인물의 손발이 모두 포로처럼 꽁꽁 묶여있기 때문이다.
미술관은 “사람뿐 아니라 심지어 게까지 전부 포박돼있다”며 “질곡의 시대상을 보여주는 그림”이라 설명했다.
또 다른 수확은 이중섭의 스승, 1세대 서양화가 백남순(1904~1994)이다. 대중적으로 생소하나 미술사(史)에서는 각별한 화가로, 평안북도 오산고보 교사로 일할 당시 이중섭·문학수 등을 가르쳤다. 파리 유학생 출신으로 남편 임용련과 함께 부부양화전을 열었을 만큼 당대를 증언하는 주요 작가지만, 6·25전쟁으로 소실돼 전하는 그림이 거의 없다. 이번에 미술관이 확보한 상상의 풍경화 ‘낙원’(1937)은 백남순이 친구 결혼 선물로 그려준 작품으로, 화가가 남긴 유일한 근대기 그림이다.
미술관은 ‘이건희 컬렉션’ 중 이중섭 작품만으로 내년 3월 ‘이중섭 특별전’을 열 계획이다. 동시에 ‘이건희 컬렉션 TF’를 꾸려 학술 조사 및 도록 제작 등도 진행한다. “‘이건희 컬렉션'을 이번 기증품 공식 명칭으로 명기해 평생 수집한 미술품을 국민 품으로 보내준 고인과 유족의 정신을 기릴 예정”이라고 했다. 다만 기증자에 대한 별도 혜택은 없다. 조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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