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내시경은 대장암 예방을 위해 권장되는 검사다. 그러나 내시경 후 생기는 뇌졸중 위험에 대해 아는 사람은 적다. 한양대병원 소화기내과 이항락 교수는 "과거에는 분별잠혈검사로 1차 대장암 검진을 한 뒤, 혈변이 확인된 경우만 대장내시경을 진행했지만 지금은 1차 검진도 내시경으로 하는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라며 "그러다보니 뇌졸중 등 무분별한 대장내시경으로 생길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 우려 목소리도 나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천공·출혈 외에 심혈관계 위험
대장내시경은 대장암 발생률과 이로 인한 사망률을 줄인다. 그러나 중대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어, 이에 따른 득실(得失)을 잘 고려한 뒤 검사를 결정해야 한다. 잘 알려진 대장 내시경 합병증은 천공이나 출혈이 있다. '대장암 씨앗'이라 불리는 선종과 기타 용종을 제거하면서 내시경을 잘못 써 장 내벽에 상처를 내는 경우다. 그러나 뇌졸중을 포함한 심혈관계 합병증도 생긴다. 80세 이상인 사람이 대장내시경을 하면 심혈관계 합병증이 생길 위험이 그렇지 않을 때 보다 1.6배 높다는 보고도 있다.
◇약물 치료 중단이나 수면제가 원인
대장내시경이 뇌졸중을 유발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항혈전·항혈소판제 약물 치료 중단 ▲수면제·마약성 진통제의 영향 등을 원인으로 추측한다.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차재명 교수는 "대장 내시경을 할 때 보통 용종을 떼어내는데, 이때 과다 출혈을 막기 위해 기존에 아스피린 같은 항혈전·항혈소판제를 복용하는 사람은 5일 정도 이 약을 끊는 게 원칙"이라며 "혈전이 생길 위험이 큰 사람이라면 5일의 약 중단만으로도 뇌혈관에 혈전이 생기면서 뇌졸중 같은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항혈전·항혈소판제는 혈전이 생기면 치명적인 고혈압 환자나 심장질환 환자가 많이 처방받는다. 또한 수면 내시경 시술을 할 때는 프로포폴 등 수면제나 진통제를 먼저 처방한다. 그런데 이 약물 자체의 부작용 중 하나가 심혈관계 질환이다. 실제로 마취의료사고의 세부 원인 중 심혈관계 질환은 2위를 차지한다(삼성서울병원 분석). 제주대병원 소화기내과 나수영 교수는 "수면 내시경을 할 때는 산소포화도가 떨어지면서 저산소증이 생길 수 있는데, 이 때 뇌에도 산소가 잘 안가면서 뇌졸중이 생길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위험 크다면 의사와 충분히 상의
대장내시경을 고려하고 있다면, 자신의 건강상태에 대해 의사와 상의해본 뒤 정하는 게 좋다. 차재명 교수는 "논란은 있지만, 검사를 아예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라며 "자신의 상태에 따라 대장 내시경이 주는 이득이 얼마나 큰지 고려해 검사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령이라서 항혈전제 등 복용하는 약물이 많거나, 평소 식습관이 건강하고, 큰 이상 증상이 없다면 굳이 내시경 검사를 하지 말고 분별잠혈검사부터 하는 게 좋다. 뇌졸중 위험이 큰 사람도 마찬가지다. 복용하는 약물도 없고, 평소 술이나 고기를 즐기며, 대장암 가족력이 있다면 대장 내시경을 받는 게 낫다. 조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