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日報 萬物相

政爭 드라마 같은 방송

yellowday 2017. 12. 13. 04:51

입력 : 2017.12.12 03:16

노무현 대통령 시절 야당인 한나라당의 한 의원이 평소 친분이 있던 MBC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요즘 방송 너무 편파적이다. 심하지 않으냐"고 항의했다. 이런저런 불만을 이어가는데 수화기 저쪽에서 이런 소리가 튀어나왔다고 한다. "그러게 누가 (대선에서) 지래?" 방송은 정권의 외풍을 타게 돼 있고, 승자의 편이라는 걸 모르냐는 타박을 한 셈이다. 전화는 그렇게 끊겼다고 한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MBC PD수첩의 광우병 선동으로 곤욕을 치른 뒤 MBC 사장에 친(親)정부 성향 인사를 앉혔다. 새로 완장을 차게 된 세력이 우리가 그동안 윗목에서 지냈으니 아랫목을 내놓으라고 반대편을 눌렀다. 미운털 박힌 기자와 PD 등이 해직되거나 스케이트장 관리하는 데로 가고, 한직(閑職)을 떠돌게 됐다. 당시 MBC 직원들은 재교육을 받으라는 지시를 삼청교육대에 빗댈 정도였다.

칼럼 관련 일러스트

▶5년 전 이명박 정부 시절 해직됐던 최승호 신임 MBC 사장이 이걸 또 되풀이하고 있다. 그는 지난 7일 취임한 뒤 바로 다음 날 대규모 인사를 단행했다. 보도본부장을 비롯한 기존 보도국 간부 20명이 무더기로 보직에서 해임됐다. 빈자리는 지난 정부에서 찬밥 먹던 14명이 메웠다. 정치부 등 주요 부서는 평기자까지 전원 교체한다는 소문도 돈다. 노조 등에서 진작부터 만들어 놓은 살생부(殺生簿)대로 인사가 진행된다는 말이 나온다.


▶메인 뉴스인 'MBC뉴스데스크' 여성 앵커였던 배현진 아나운서도 아무런 설명 없이 교체됐다. 최 사장이 지난 8월 SNS에 올린 글을 보면 짐작이 간다. '선배 기자가 조사를 받는 등 고초를 당하고 비(非)제작 부서로 쫓겨나는 과정에서 배현진씨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영원히 MBC 앵커로, 여왕처럼 살 것이라고 생각했을까'라고 했다. 엊그제 MBC 사내 게시판에는 이런 글이 떴다. '(나는) 2012년 170일 파업 때 보직 사퇴하고 파업 동참했고, 정직 3개월 먹고, 저성과자 교육도 받았다.' 그동안 이런 불이익들을 받았으니 알아달라는 얘기다. 내게도 빨리 완장 하나 채워달라는 소리처럼 들 린다.


▶정권 바뀔 때마다 음지(陰地)가 양지(陽地) 되고, 양지가 음지가 되는 일이 MBC의 연례행사처럼 벌어진다. 양지를 차지한 사람들은 그렇게 만들어준 권력에 보은(報恩)을 하려는 마음이 생길 수밖에 없다. 시청자인 국민은 정권마다 한쪽으로 기울어진 방송을 보게 된다. 정치판이 무색하다. 이런 방송에 계속 '공영'이란 말을 붙여줘야 하는지 의문이다.   조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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