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2.27 03:00 | 수정 : 2016.02.27 10:43
스마트폰 '도깨비 앱' 쓴 보육교사 유죄 판결로 본 훈육과 학대 사이
정서적 고통 안겨줘
공포에 대한 면역력
아이들마다 개인차… 심하면 불안장애도
아이를 손님 대하듯
침묵과 기다림이 필요
한번에 배우는 아이 없어 여러번 반복해 가르쳐야
26개월 아들을 둔 오진희(37)씨는 얼마 전 아이가 신종플루에 걸렸을 때 스마트폰 '도깨비 앱'의 도움을 톡톡히 봤다.
억지로 먹인 약을 울고 발버둥치며 토해내 버린 아이가 '도깨비 앱'을 켜자마자 얌전해져 순순히 약을 먹었던 것.
'도깨비 앱'이란 말을 듣지 않는 아이에게 도깨비로부터 영상전화가 걸려와 야단치는 것 같은 효과를 내는 애플리케이션이다.
2012년 가을 일본에서 처음 출시돼 반년도 되기 전에 250만건 다운로드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우리나라엔 2013년 5월 상륙해
100만건 넘게 다운로드됐다. TV 육아 예능 프로그램에 등장해 주목받았고 유사 앱도 속속 등장했다.
그런데 오씨는 최근 고민에 빠졌다. 지난달 낮잠을 안 자려 하는 세 살 아이에게 도깨비 앱을 사용한 어린이집 보육교사에게 법원이
그런데 오씨는 최근 고민에 빠졌다. 지난달 낮잠을 안 자려 하는 세 살 아이에게 도깨비 앱을 사용한 어린이집 보육교사에게 법원이
정서적 학대를 이유로 유죄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오씨는 "어린이집 그 아이는 도깨비 영상을 본 순간 팔다리를 떨면서 울음을
터뜨렸다고 한다. 우리 아이는 반대로 울음을 그치고 순순히 약을 먹었지만 내가 나도 모르는 새 '훈육'이라는 핑계로
아이를 학대한 것이 아닌가 걱정된다"고 했다.
"아이 겁주는 것도 학대"
"아이 겁주는 것도 학대"
훈육을 빙자한 아동 학대 사건이 연일 불거지면서 훈육과 학대의 경계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도깨비 앱'처럼 아이의 행동을 교정하기 위해 겁을 주는 행위가 학대에 속하는지 부모들 간 논란이 뜨겁다.
전래동화 '호랑이와 곶감'이 시사하듯 '겁주기 훈육'은 전통적이면서 보편적인 육아법이기 때문. 오진희씨는
"우리도 어릴 때 '엄마 말 안 들으면 망태 할아버지가 잡아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라지 않았냐. 그걸 학대당했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고 했다. 반면 다섯 살 아들을 키우는 송윤진(36)씨는 "우리 아이라면 심하게 무서워할 것 같다.
'도깨비 앱' 사용이 학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동 심리 전문가들은 '도깨비 앱'과 같은 '겁주기 훈육'이 명백한 아동 학대라고 입을 모았다.
아동 심리 전문가들은 '도깨비 앱'과 같은 '겁주기 훈육'이 명백한 아동 학대라고 입을 모았다.
오은영소아청소년클리닉의 오은영 원장은 "아동 학대의 기본 메커니즘은 두려움과 강압으로 아이를 굴복시키는 것"이라면서
"아이보다 힘이 센 부모가 자신보다 더 힘이 센 도깨비에게 '너를 혼내달라고 부탁할 거야' 하는 것도 포괄적 의미의 학대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오 원장은 "두려움을 유발하는 제3의 대상을 동원해야만 아이가 말을 듣는다면 부모의 지도력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인 신의진 새누리당 의원은 "환상과 현실을 잘 구분하지 못하는 6세 이하 아이에게 도깨비, 귀신 등으로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인 신의진 새누리당 의원은 "환상과 현실을 잘 구분하지 못하는 6세 이하 아이에게 도깨비, 귀신 등으로
공포심을 유발해 말을 듣도록 하는 건 아이에게 정서적 고통을 안겨준다"면서 "심한 경우 아이에게 불안장애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신 의원은 "아이가 약을 먹지 않더라도 엄마가 먼저 먹어 보여준다든가 하는 체계적 행동요법으로 얼마든지 먹이는 것이
가능한데 공포를 사용해 아이를 통제하려다 보면 다음엔 더 큰 불안을 유발하게 되고 그다음엔 신체적 학대로 넘어가게 된다"고
말했다.
아이들마다 공포에 대한 면역력이 다르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어떤 아이는 '말 안 들으면 호랑이가 물어간다'는 말을 듣고 순간 찔끔할 뿐 내상을 입지 않는 반면, 또 다른 아이는 호랑이라는 말만 나와도 울음을 터뜨리며 잠을 못 자기도 한다"면서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아이에게 정서적 피해를 주면 학대다. 부모가 자기 아이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아이를 '손님'이라 생각하라"
훈육이 도를 지나쳐 학대가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4세 이하 아이를 둔 엄마들이 교과서처럼 여긴다는 베스트셀러 '똑게 육아' 저자 김준희씨는 이렇게 말한다. "일단 아이를 집에 온 손님 대하듯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하라. 좋은 부모가 된다는 건 단지 아이에 대한 사랑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기술'이 필요하다. 외과의사가 수술을 하면서 '환자를 사랑한다'고만 한다면 어느 누가 수술을 받겠나. 훈육도 마찬가지다. '내가 이렇게 자랐으니 우리 아이도 괜찮겠지' 하면 위험하다. 아동 심리학자들의 연구 결과 같은 '기술'을 연마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이를 단번에 가르치겠다는 조급함도 독(毒)이 된다. 논란이 된 '도깨비 앱'도 마음 급한 엄마들을 유혹한다. 두 아이를 둔 워킹맘 유은서(38)씨는 "아이 어린이집 보낸 후 나도 출근해야 하는데 꾸준히 말로 설득할 만한 여유가 없다"면서 "아이가 밥을 먹지 않겠다고 떼쓸 땐 효과가 빠르니 '도깨비 앱'을 사용하게 된다"고 했다. 오은영 원장은 "육아의 기본 원칙은 침묵과 기다림"이라며 "시간 대비 효율성으로 육아를 생각하면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아이들은 한 번에 배우지 못한다. 아이가 문제 행동을 하면 몇 번이고 바로잡아주면서 기다려야지 '한 번에 따끔하게 가르치겠다'고 마음먹는 순간 강압적이 되면서 학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이를 '가르치는 것'과 '항복시키는 것'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체벌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신의진 의원은 "'거짓말했을 때는 엉덩이 한 대' 식으로 아이와 합의해 규칙을 정해놓고 형식에 맞춰 가볍게 체벌한다면 학대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오은영 원장은 "나는 부모가 아이를 사랑한다는 것을 믿지만 '감정 없이 이성적으로 체벌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이들마다 공포에 대한 면역력이 다르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어떤 아이는 '말 안 들으면 호랑이가 물어간다'는 말을 듣고 순간 찔끔할 뿐 내상을 입지 않는 반면, 또 다른 아이는 호랑이라는 말만 나와도 울음을 터뜨리며 잠을 못 자기도 한다"면서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아이에게 정서적 피해를 주면 학대다. 부모가 자기 아이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아이를 '손님'이라 생각하라"
훈육이 도를 지나쳐 학대가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4세 이하 아이를 둔 엄마들이 교과서처럼 여긴다는 베스트셀러 '똑게 육아' 저자 김준희씨는 이렇게 말한다. "일단 아이를 집에 온 손님 대하듯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하라. 좋은 부모가 된다는 건 단지 아이에 대한 사랑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기술'이 필요하다. 외과의사가 수술을 하면서 '환자를 사랑한다'고만 한다면 어느 누가 수술을 받겠나. 훈육도 마찬가지다. '내가 이렇게 자랐으니 우리 아이도 괜찮겠지' 하면 위험하다. 아동 심리학자들의 연구 결과 같은 '기술'을 연마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이를 단번에 가르치겠다는 조급함도 독(毒)이 된다. 논란이 된 '도깨비 앱'도 마음 급한 엄마들을 유혹한다. 두 아이를 둔 워킹맘 유은서(38)씨는 "아이 어린이집 보낸 후 나도 출근해야 하는데 꾸준히 말로 설득할 만한 여유가 없다"면서 "아이가 밥을 먹지 않겠다고 떼쓸 땐 효과가 빠르니 '도깨비 앱'을 사용하게 된다"고 했다. 오은영 원장은 "육아의 기본 원칙은 침묵과 기다림"이라며 "시간 대비 효율성으로 육아를 생각하면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아이들은 한 번에 배우지 못한다. 아이가 문제 행동을 하면 몇 번이고 바로잡아주면서 기다려야지 '한 번에 따끔하게 가르치겠다'고 마음먹는 순간 강압적이 되면서 학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이를 '가르치는 것'과 '항복시키는 것'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체벌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신의진 의원은 "'거짓말했을 때는 엉덩이 한 대' 식으로 아이와 합의해 규칙을 정해놓고 형식에 맞춰 가볍게 체벌한다면 학대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오은영 원장은 "나는 부모가 아이를 사랑한다는 것을 믿지만 '감정 없이 이성적으로 체벌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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