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日뉴스 時事

'裸' 한자가 말해주네… 중국 삼포세대 애환

yellowday 2015. 6. 20. 08:04

입력 : 2015.06.20 03:00

빈털터리 비유하는 '뤄'
취직·집값 고통 中청년들, 뤄훈(裸婚)·뤄촹(裸創)… '뤄' 신조어로 신세 한탄


	중국판 3포세대 '뤄'의 인생 정리 표

"난 정말 헐벗었다(我裸得很·워뤄더헌)."

중국 베이징시에서 가장 번화한 궈마오(國貿·중국 무역센터)에서 일하는 회사원 팡팅(29)씨는 '집·차·남자친구' 중 어느 것 하나 가지지 못한 자신의 처지를 한자 '벌거벗을 라(裸·중국어 발음 뤄)'에 빗댔다.

중국 남부 안후이성 출신인 그는 5년 전 베이징의 명문대를 졸업해 대기업에 안착했지만 한 달에 쥐는 돈은 6000위안(107만원), 살고 있는 곳은 베이징시 변두리의 월세 2000위안(35만원)의 쪽방이다. 그는 "중국 대도시의 신(新)하층민은 다름 아닌 청년들"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바링허우'(80년대생), '주링허우'(90년대생)가 낮은 임금과 비싼 집값, 취직난으로 고통을 겪으면서 '뤄(裸)'자로 시작하는 신조어를 속속 만들어내 자신들의 처지를 한탄하고 있다. '아무것도 가진 게 없다'는 자괴감을 '홀딱 벗다'라는 글자를 통해 표현한 것이다.

광고


가령 '뤄비(裸畢)'는 '취업 준비를 못 한 채 맞이하는 졸업'을 뜻하고 '뤄바오(裸報)'는 '취직 실패에 대비해 준비 없이 대학원 석사과정에 지원하는 행태'를 뜻한다. '뤄츠(裸辭)'는 관둔다는 뜻의 '츠(辭)'를 써서 '다음 직장을 못 구한 상태에서 사직하는 일'이다. '사들이다'는 뜻의 글자(購)를 붙인 '뤄거우(裸購)'는 '헐값에 물건을 사는 인터넷 쇼핑'을 뜻하고 '뤄자(裸價)'는 '최저가'의 동의어다.

가진 것이 없는 중국 '뤄(裸)족'의 종착점은 '뤄훈(裸婚)'과 '뤄촹(裸創)'이다. '뤄훈'은 집·차·예식을 포기한 중국판

'작은 결혼식'을 뜻하는 신조어다. '뤄촹'은 '결혼하지 못한 사람들'이 모여서 하는 창업을 의미한다.

지난 16일 CNN은 중국의 '뤄훈(naked marriages)'문화를 소개하면서 중국의 가난한 젊은 층이 과다한 결혼 비용에 백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결혼식 비용이 평균 7600만원인 중국에서 초봉으로 월평균 42만원(베이징대 시장중개연구센터 2015년 통계)을 받는 젊은 세대가 결혼하려면 그 방법밖에는 없다는 것이다. 결혼을 하지 않아 빚도 없고 부양 가족도 없다면 '뤄촹' 대열에 낄 수 있다. 베이징시 하이디엔구에 있는 '처쿠(車庫·차고)카페'는 '뤄촹' 준비자들이 모여드는 곳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이 카페에서 활동하려면 '아내, 부채를 포함해 가진 것이 없다'는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중국의 젊은 세대가 '뤄족'이 된 이유는 2007년 전후로 중국의 대학생이 폭증하면서 '대도시 인재 과잉 공급'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1999년 85만명이던 대졸자는 올해 750만명으로 9배 늘었다. 대졸자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실업자도 늘었다. 2000년 24만여명이던 미취업 대졸자는 2012년 271만명으로 증가했고 지금까지도 매년 10~15%의 대졸자가 일자리를 얻지 못한다고 중국 언론은 전했다. 대졸자들의 임금 상승률도 낮다.

베이징대 시장중개연구센터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국내총생산(GDP)이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5.2배 느는 동안 중국 대졸자들의 초봉은 고작 58% 늘었다. 베이징의 아파트 거래가는 현재 제곱미터당 평균 2만7000위안(482만원)으로 대졸자가 1년치 월급을 하나도 쓰지 않고 모아야 겨우 1㎡를 살 수 있다.  조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