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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공 행장(忠武公行狀) - <충무공 가문의 집안교육…여성까지 독립운동 투신>

yellowday 2015. 5. 17. 12:06

 

  • 한글본 충무공 행장·계녀가사로 여성도 문중 자부심·애국심 키워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고려 때 무관 이돈수(李敦守)에서 시작된 덕수이씨(德水李氏) 문중은 조선조 들어 걸출한 두 인물을

    비슷한 시기 배출한다. 율곡(栗谷) 이이(李珥, 1536~1584)와 충무공(忠武公) 이순신(李舜臣, 1545~1598)이다.

    문무에서 각기 조선을 대표하는 두 인물을 낳았으니 명문가로서 자부심이 얼마나 클지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다. 특히 이순신은

    임진왜란 당시 결정적 순간에 숱한 승리로 전세를 유리하게 이끈 명장이었고, 전사하는 순간까지 전장을 지킨 호국정신과

    무인정신의 표본이자 올곧은 선비이기도 했다.

     

    이런 정신을 이어받았는지 일제 강점기에 이르면 이순신의 덕수이씨 직계 후손들은 앞다퉈 항일투쟁에 뛰어든다.

    1905년 을사조약 직후 고종의 밀명을 받고 러시아로 가 항일투쟁한 이규풍(李奎豊, 1865~1932), 1907년 홍주의병에 참가한

    이규갑(李奎甲, 1888~1970)은 형제가 나란히 독립투쟁에 투신한 경우다. 이규풍의 아들 이민호(1895~1944)도 3·1운동 때

    만세시위를 주도했다가 3년간 옥살이를 했다.

    여기에는 덕수이씨 가문으로 시집 온 여성도 빠지지 않았다. 이규풍과 이규갑의 어머니 박안라(1853~1922)는 아들들이

    독립투사가 되는 데 큰 영향을 미쳤고, 이규풍의 아내 오세라(1875~1939)도 연해주에서 남편의 독립운동을 지원했다. 이규갑의

    아내 이애라(1894~1922)는 남편의 독립운동을 도와 임시정부의 밀서를 들고 국내로 잠입하다 체포돼 고문으로 숨졌다.

    여성들까지 뛰어들어 나라를 지키는 데 열정과 책임감을 보인 이런 가풍은 조상 충무공의 호국정신을 계승하고자 후손들이

    각별히 노력한 결과로 보인다.

    정조가 1795년 친히 명을 내려 이충무공전서를 간행했을 만큼 이순신은 사후 국가적으로 추앙받는 인물이었다. 그러나

    덕수이씨 직계 후손들도 스스로 이순신의 생전 행적을 기록한 충무공 행장(行狀)을 펴내 문중에 대한 구성원들의 자부심을

    높이고 충무공의 위업을 대대로 기억하도록 했다.

     

     

    충무공 행장은 조선시대 문중 여성들까지 읽을 수 있도록 한 한글본이 지금까지 4편 전해져 내려온다. 눈여겨볼 점은 당시

    여성이 지녀야 할 덕목과 가치를 교육한 한글 계녀가사(誡女歌辭) 작품이 일부 행장에 포함됐다는 사실이다.

    일례로 덕수이씨 후손 이종흔 전 서울대 치과대학 교수가 소장하다 서울역사박물관에 기증한 충무공 행장 한글본에는 '직중록'(直中錄)이라는 제목의 가사가 실려 있다. 316구 158행으로 이뤄진 장형(長型)가사로, 조선 말 화순군수를 지낸 충무공 직계 후손 이도희(李道熙, 1842~1902)가 1901년 썼다. 이도희는 독립운동에 투신한 이규풍·이규갑 형제의 아버지이자 박안라의 남편이다.

    직중록은 '곧바르고 치우치지 않고 바른 도리를 지키라'는 뜻이다. 유교적 관점에서 여성이 갖춰야 할 언어범절부터 시부모 모시기, 제사 받들기, 남편에 대한 태도, 형제간 우애, 자녀교육, 길쌈과 의복 짓기, 태교와 출산, 노비 다스리기, 피해야 할 언행까지 망라한 '여성 윤리지침' 성격을 띤다. 

     

     

    직중록을 발굴·소개한 선문대 국어국문학과 구사회·김영 교수는 덕수이씨 충무공 후손가에 직중록 외에도 '나부가'(懶婦歌) 등

    부녀자를 가르치는 내용의 가사 작품이 더 전해진다는 점에서 독특한 전승적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두 교수는 "일제 강점기 충무공 후손들이 독립운동에 몸을 바친 데는 덕수이씨 집안에 시집 온 여성들의 역할이 컸다"며 "직중록을

    쓴 이도희의 후손들이 고난의 길을 선택한 것도 가문에 대한 자부심과 애국심을 고취하는 집안 교육의 영향이 컸기 때문이며,

    직중록 저술도 그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puls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