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운음악 韓國

백설희, 장사익, 조용필… 22가지 스타일의 노래 '봄날은 간다' 가사

yellowday 2015. 5. 14. 07:14

력 : 2015.05.13 15:03 | 수정 : 2015.05.13 15:47


낭랑한 목소리가 구성지게 꺾여지는 백설희, 심장에서 슬픔이 끓으며 솟구치는 듯한 장사익, 입을 오므리며 실을 뽑듯 소리를 뽑아올리는 조용필, 부드러운 실크 스카프가 날리듯 온 몸을 감싸는 주현미, 거친 보컬 만으로도 고달픈 여인의 투박한 삶이 느껴지는 한영애, 전자 바이올린으로 애잔함을 느끼게 하는 조아람….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최근 새정치연합 최고위원 회의에서 유승희 최고위원이 난데없이 불러 화제가 된 노래 '봄날은 간다'. 이 노래가 이토록 다양한 버전으로 불리고 있다는게 놀랍다. 22명의 가수와 연주자의 개성이 잘 녹아있는 '봄날은 간다'를 한데 모아봤다. 오태진 수석 논설위원의 명문(名文) 만물상을 읽고 감상해보시길.


	'봄날은 간다'를 부른 가수들./조선DB
'봄날은 간다'를 부른 가수들./조선DB

대중음악 노랫말은 때로 시(詩)다. 가슴 깊숙이 들어와 가슴을 뭉텅 베어 가는 노래라면 그건 시다. 계간지 '시인세계'가 2004년 시인 100명에게 '좋아하고 흥얼거리는 노랫말'을 물었다. 2~5위에 '킬리만자로의 표범'(작사 양인자) '북한강에서'(정태춘)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양희은) '한계령'(하덕규)이 올랐다. 단연 1위는 1953년 백설희가 부른 '봄날은 간다'(손로원)였다. 열여섯 명이 꼽아 2위를 여섯 표 앞섰다.

▶작사가 손로원은 원래 화가였다. 광복 후 '비 내리는 호남선'을 비롯한 여러 가사를 썼다. 그는 6.25 전쟁 때 피란살이 하던 부산 용두산 판잣집에 어머니 사진을 걸어뒀다. 연분홍 치마에 흰 저고리 입고 수줍게 웃는 사진이었다. 사진은 판자촌에 불이 나면서 타버렸다. 그가 황망한 마음으로 써 내려갔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산제비 넘나들던 성황당 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요즘 차에 두고 노상 듣는 노래가 '봄날은 간다'다. 백설희부터 박은경과 래퍼까지 60년에 걸친 가수 스물셋이 각기 불렀다. 최백호·장사익은 감정을 간수하지 않고 뜨겁게 내지른다. 절절하게 토해낸다. 조용필·김도향·최헌은 덤덤하도록 절제한다. 들을수록 깊은맛이 우러난다. 한영애는 신들린 듯 주절대는 스캣이 오래 남는다. 나훈아·이동원·심수봉도 저마다 저답게 불렀다.

▶듣다 보니 봄날이 다 갔다. 거리엔 어느새 반팔 차림이다. 좋은 시절은 금세 간다. 봄도 문득 왔다 속절없이 떠난다. 그래서 화사할수록 심란하다. '봄날은 간다'는 그립고 슬프다. '그때가 봄날이었지' 되뇐다. 다시 못 올 젊음의 회한(悔恨)을 삼킨다. 나이 든 이는 이제 봄을 몇 번이나 더 맞겠는가 싶다. 그 애틋함에 끌려 수없이 많은 가수가 불렀다. 가는 봄 서러워 목이 멘다.

▶'봄날은 간다'를 듣다 듣다 별스러운 곳에서 듣는다. 며칠 전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회의에서 유승희 의원이 첫 소절을 불렀다. 막말 소동으로 회의장에 흐르던 침묵을 깨뜨렸다. 야당 앞날을 탄식하는 것이라면 모를까 "어버이날 경로당에서 불러 드리고 왔다"고 했다. 노인 위로에 적절한 노래도 아니다. 그는 이튿날 "분위기 바꿔보려다 심려 끼쳐 죄송하다"고 했다. "박근혜 정부의 공적연금에 대한 알뜰한 맹세가 실없는 기약으로 얄궂은 노래가 됐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참 궁색하게 들린다. 정치인은 좋은 노래마저 지저분한 정치로 오염시킨다.

 

 

 
 

		김도향(출처: 유튜브)
 
김도향(출처: 유튜브)

김도향
2014년 9월 TBC고택음악회 영상.


 


		장사익(출처:유튜브)
 
장사익(출처:유튜브)

장사익

듣다 보니 봄날이 다 갔다. 거리엔 어느새 반팔 차림이다.

듣다 보니 봄날이 다 갔다. 거리엔 어느새 반팔 차림이다.


		조용필(출처:유튜브)
 
조용필(출처:유튜브)

조용필

듣다 보니 봄날이 다 갔다. 거리엔 어느새 반팔 차림이다.

듣다 보니 봄날이 다 갔다. 거리엔 어느새 반팔 차림이다.


		최백호(출처:유튜브)
 
최백호(출처:유튜브)

최백호

듣다 보니 봄날이 다 갔다. 거리엔 어느새 반팔 차림이다.

듣다 보니 봄날이 다 갔다. 거리엔 어느새 반팔 차림이다.

 
 
오승근(출처:유튜브)

오승근

듣다 보니 봄날이 다 갔다. 거리엔 어느새 반팔 차림이다.

듣다 보니 봄날이 다 갔다. 거리엔 어느새 반팔 차림이다.

 
 
김정호(출처:유튜브)

김정호 

듣다 보니 봄날이 다 갔다. 거리엔 어느새 반팔 차림이다.

듣다 보니 봄날이 다 갔다. 거리엔 어느새 반팔 차림이다.

 
 
김수희(출처:유튜브)

김수희

듣다 보니 봄날이 다 갔다. 거리엔 어느새 반팔 차림이다.

듣다 보니 봄날이 다 갔다. 거리엔 어느새 반팔 차림이다.

 
 
하춘화(출처:유튜브)

하춘화
2012년 가요무대 영상.

듣다 보니 봄날이 다 갔다. 거리엔 어느새 반팔 차림이다.

듣다 보니 봄날이 다 갔다. 거리엔 어느새 반팔 차림이다.


		심수봉(출처:유튜브)
 
심수봉(출처:유튜브)

심수봉

듣다 보니 봄날이 다 갔다. 거리엔 어느새 반팔 차림이다.

듣다 보니 봄날이 다 갔다. 거리엔 어느새 반팔 차림이다.

설운도
2014년 가요무대 영상

듣다 보니 봄날이 다 갔다. 거리엔 어느새 반팔 차림이다.

듣다 보

 

 

 가사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 가며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새파란 꽃잎이 물에 떠서 흘러 가더라
오늘도 꽃편지 내던지며
청노새 짤랑대는 역마차 길에
별이뜨면 서로 웃고 별이 지면 서로 울던
실없는 그 기약에 봄날은 간다

열아홉 시절은 황혼속에 슬퍼지더라

오늘도 앙가슴 두드리며

뜬구름 흘러가는 신작로 길에

새가 날면 따라 웃고 새가 울면 따라 울던

얄궂은 그 노래에 봄날은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