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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천일야화 "사우디 왕자는 테러스폰서?"

yellowday 2015. 2. 7. 09:44

입력 : 2015.02.06 15:04 | 수정 : 2015.02.06 15:31

사우디아라비아 왕실과 사우디의 힘있는 종교인들은 1980~1990년대 소련에 맞서 싸우는 무슬림 전사(戰士)들의 후원자였다. 소련이 중동 지역으로 진출하지 못하도록 막기 위해서였다. 사우디는 아프가니스탄, 보스니아 등지에서 활동하는 무슬림 전사들에게 수억 달러의 활동비를 제공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이 같은 후원자 그룹에 든 왕자 중에는 지난달 사우디 국왕으로 오른 살만 빈 압둘 아지즈 알 사우드(80)도 있었다.

무슬림 전사는 사우디 왕실의 아낌없는 지원을 받고 빠르게 성장했다. 하지만 1980년대말 소련의 힘이 사그라들면서, 무슬림 전사들의 존재 목적이 흐려졌다. 그러던 1988년 아프가니스탄에서 소련에 맞서 싸우던 사우디 부호 오사마 빈 라덴은 아랍어로 ‘기지(基地)’라는 뜻인 ‘알카에다’를 결성했다. 빈 라덴은 이슬람 원리주의를 내세우며 미국 그리고 미국과 손잡은 사우디 정부를 대상으로 성전(聖戰)을 선포했다. 1994년 사우디 정부는 빈 라덴을 입국 금지 대상자로 정했다. 살만 현 국왕 등도 알카에다가 부상하면서 무슬림 전사에 대한 지원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알카에다가 테러 활동을 강화하자, 사우디 왕실은 미국의 대테러 전선에 동참하며 맞섰다. 하지만 사우디 왕자 일부가 여전히 알카에다와 내통한다는 설이 돌았다. 그러던 중 2001년 9월 11일 알카에다가 비행기를 공중 납치해 미국 세계무역센터에 충돌시키는 테러가 발생했다.

이후 미 정부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9·11테러’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사우디 왕자가 테러에 연루됐다는 추측성 보도가 꼬리를 물며 나왔지만, 위원회의 결론은 ‘아니다’였다.

그로부터 13년여가 흐른 지난 3일 9·11테러에 연루된 알카에다 조직원 자카리아스 무사위(47)가 법정에서 충격 폭로를 했다. 그는 테러 피해자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을 맡은 재판부에 “테러 자금을 기부한 사우디 왕자가 있다”는 주장을 담은 진술서를 제출한 것이다. 
 
9·11테러에 연루된 알카에다 조직원 자카리아스 무사위
그는 이 진술서에서 1998~1999년 빈 라덴으로부터 알카에다 기부자 목록을 디지털 자료로 만들라는 지시를 받아 2~3달 동안 매일 기부자의 이름과 기부액을 컴퓨터에 입력하다가 사우디 왕자의 존재 사실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대표적으로 주미(駐美) 사우디 대사였던 반다르 빈 술탄 왕자, 투르키 알파이잘 왕자, 억만장자로 미국 언론사와 트위터같은 IT업체의 주요 주주인 알 왈리드 빈 탈랄 왕자 같은 유력 왕자의 이름이 있었다고 했다.
 
왼쪽부터 반다르 빈 술탄 왕자, 투르키 알파이잘 왕자, 알 왈리드 빈 탈랄 왕자
뉴욕타임스는 4일 “무사위의 주장으로 인해 9·11테러 진상조사위의 일부 관계자가 ‘사우디의 테러 연루설에 대한 조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라고 했던 주장이 다시 큰 주목을 끌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우디의 막대한 ‘오일 머니’와 이로 인한 경제적 이익 때문에 미 정부의 진상조사가 어그러졌을 개연성이 커졌기때문이다.

왕자들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알왈리드 왕자의 대변인은 뉴욕타임스의 이메일 질문에 “무사위는 범죄자”라면서 “그가 거짓으로 증언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알왈리드 왕자는 알카에다와 이들과 한 부류인 자들을 비난하는데 거스를 것이 없다”고 밝혔다. 그 외 다른 왕자들에 대한 미국 언론의 접촉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왕자들은 자발적으로도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최근 일본인 프리랜서 언론인 고토 겐지, 요르단 조종사 마즈 알카사스베를 잔인하게 살해한 테러단체 IS에게도 사우디의 ‘테러 자금’이 흘러들어갔다는 추측성 보도가 계속되고 있다. NYT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최근 칼럼에서 “사우디는 이슬람 성전 전사들의 최대 공급처”라고 주장했다.  조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