釜山 * Korea

사도세자 향한 정조의 그리움… 그의 효심을 느낄 수 있는 산책길 - 화성효행길

yellowday 2014. 10. 29. 08:01

입력 : 2014.10.28 07:00

on the road+ 경기 상남길을 걷다6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화성효행길은 아버지 사도세자를 향한 아들 정조의 그리움이 유독 많이 묻어나는 길이다. 이참에 아들과 함께 가벼운 산책에 나서보는 건 어떨까?

땅끝마을 해남부터 서울 남대문까지 이어지는 삼남길은 봄에 걷기 좋은 도보 여행 길이다. 그중에서도 지난여름 오픈한 경기구간은 옛길을 고증하여 원형을 토대로 끊어지거나 사라진 도로 대신 걷기 좋은 대체로를 개척하여 완성했다.


	용주사
용주사

이번에 소개할 길은 경기도 화성시로 접어드는 배양교에서 세마교에 이르는 화성효행길. 삼남길 코스 중 비교적 구간이 짧아 가벼운 산책코스로 좋다. 화성효행길은 말 그대로 효심을 느낄 수 있는 길이다. 이곳의 유적지는 대부분 조선 정조의 효와 맞물려 있다. 먼저 출발점인 배양교를 지나 곧 만나게 될 용주사가 대표적이다. 용주사는 정조가 아버지 사도제자의 능을 이장하며 능침사찰(능을 수호하고 왕이 제사를 지내던 사찰)로 지은 곳이다. 입구에 건립된 천보루는 1970년에 세워진 문루(門樓)로, 대웅보전으로 통하는 통로 역할을 한다. 용주사에는 효행박물관이라는 작은 규모의 박물관이 있는데, 이곳에서 부모은중경 등 갖가지 유물을 살펴볼 수 있다. 용주사 뜰에 있는 나무로 둘러싸인 벤치는 햇볕이 내리쬐는 여름, 요긴한 쉼터가 되어준다. 용주사를 둘러본 뒤 용주사 앞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융건릉에 들러보자. 조선 정조와 비, 사도세자와 혜경궁 홍씨가 묻힌 묘소로 뒤주에서 죽은 아버지를 평생 그리워한 아들의 지극한 효심을 느낄 수 있다.

융건릉에서 조금만 이동하면 백천장 선생의 묘를 만날 수 있다. 고려 후기의 문신이었던 백천장의 묘로, 정조가 아비의 묘를 이장하면서 옮기지 않은 유일한 묘이기도 하다.

이렇게 짧고 굵은 화성효행길의 마지막은 황구지천이 흐르는 가운데 세워진 세마교에서 끝이 난다.

교통안내 지하철 1호선 병점역 2번 출구에서 버스 34, 34-1, 46, 5, 1000번을 타면 용주사 도착.(수원역이나 수원대학교 정문에서 마을버스 6-1을 타면 배양2리 도착)
문의 삼남길 공식 홈페이지 (www.koreatrail.org), ㈔아름다운도보여행
(070-8269-6937)


화성효행길 코스
배양교~세마교, 총 6.8㎞, 소요시간 1시간 50분


	효행박물관
효행박물관

	효행박물관
효행박물관
조지훈의 시 ‘승무’가 탄생한 곳·용주사 화성효행길을 지나는 이라면 용주사에 반드시 들르자. 용주사는 정조가 부친 사도세자의 능(융릉)을 이장하면서 능침사찰로 중건한 절이다. 다른 절과 달리 홍살문이 있고 양쪽으로 궁궐의 품계석이 위치해 있다. 효행박물관과 국보 제120호인 용주사 동종 또한 볼만하다. 용주사에 얽힌 재미난 사연도 있다. 1939년 시인 조지훈은 용주사에서 큰 재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이곳을 찾았다가 승무를 보게 된다. 이 승무를 시로 정리한 게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라는 구절로 유명한 조지훈의 대표작 ‘승무’다. 용주사에서 나오면 벌판에 운치 있게 솟은 솟대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부자(父子)의 애틋함이 깃든·융건릉 용주사에 온 김에 버스를 타고 조금만 이동해 근처의 융건릉을 돌아보는 것도 추천한다. 융건릉은 사도세자와 혜경궁 홍씨가 합장된 ‘융릉’과 정조와 효의황후 김씨(정조의 비)가 합장된 ‘건릉’을 합쳐 부르는 말로, 살아생전 함께하지 못한 아버지에 대한 정조의 마음이 그대로 스며 있는 장소다. 할아버지로부터 죽임을 당한 아버지를 불과 10살의 나이에 목격한 정조가 죽어서나마 아버지와 함께하게 된 장소이기도 하다.


	배양교
배양교

	세마교 근처 솟대
세마교 근처 솟대
고려 말 문신이 잠든 곳·백천장 선생의 묘 융건릉에서 북쪽으로 조금만 걸어가면 고려 후기의 문신, 백천장 선생의 묘가 있다. 백천장은 문과에 급제한 후 정당문학 등을 역임하고 원나라로 유학을 갔다가 높은 벼슬을 지냈다. 나이가 들어 귀국한 뒤 수성백에 봉해져 재상을 지내기도 했다. 백천장의 묘에는 조금 특별한 사연이 있는데, 조선 정조가 사도세자의 능을 이 근처로 옮기면서 세자의 능에서 10리 이내의 산소는 모두 이장하게 했으나 백천장의 묘만은 그대로 두었다고 한다.

간결한 코스만큼 발걸음도 가볍다! 화성효행길 따라 걷는 길


	배양교~세마교 지도
배양교부터 시작되는 화성효행길은 경기도 화성시로 접어드는 길목에 위치한다. 황구지천변의 들판을 따라 걷다 보면 화성을 대표하는 사찰인 용주사에 다다르는데, 아버지 사도세자를 향한 아들 정조의 마음이 깃든 곳으로 알려져 있다. 화성효행길 산책로에는 볼거리가 많지 않지만 용주사에서 버스를 타고 조금만 이동하면 정조와 사도세자의 묘인 융건릉과 백천장 선생의 묘 등 가볼 데가 많다.


/ 여성조선
  글= 김가영 기자ㅣ 사진= 김상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