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유하의 '제국의 위안부'
자료에 대한 해석은 생경했고, 논리적 비약이라고 비판할 부분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책에서 기술된 사실 자체는 전혀 새롭지 않아 오히려 실망스러웠다. 위안부는 일본군이 '직접' 강제 연행한 것이 아니었다. 일본군은 업자와 포주들에게 위안소 설치와 운영을 위탁했는데, 그들 중 상당수는 조선인이었다. 조선인 위안부들은 이 업자들과 포주들에게 인신매매당하거나 속아서 끌려간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아시아, 태평양 전역을 무대로 전쟁을 치르던 300만 일본군이 최후방에 해당하는 조선에서 한가하게 여성들이나 강제 연행하고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박유하 교수는 전쟁을 일으킨 일본 정부와 불법적인 모집을 묵인한 일본군이 일차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법적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이 있다면 일본 정부가 아니라 사기, 강제 매춘 등 범죄 행위를 저지른 업자와 포주들이라고 주장한다. 청부업자들이 법적 책임이 있는데, 그것을 사주한 당사자는 법적 책임이 없다는 논리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하지만 위안부 문제에서 조선인 역시 책임을 피해갈 수 없다는 지적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 전봉관 KAIST 인문사회학과 교수
책을 차분히 읽다 보면 한일 간의 화해를 위한 박유하 교수의 진정성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위안부 할머니들을 비하하거나 모독할 의도가 없었던 것도 분명하다.
하지만 한일 공동 책임론을 제기하는 것이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양국 간의 갈등을 해결할 현명한 대안이 되기에는 일차적인 책임을 져야 할 일본의 역사 인식이 너무나 상식에 어긋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