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연말이 다가오면 항상 받는 질문이 숙취를 예방 또는 치료하는 방법에 관한 것이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자신에 맞는 적당량을 마실 수 있도록 조처하는 것 외에 뾰족한 방법이 없다. 흔히들 이야기하는 ‘약한 술부터 마시라’거나 ‘음식을 먹으며 마시라’는 등의 조언이나 시중에 나도는 여러 해독제들도 음주량이 많을 때는 ‘계란으로 바위 치기’일 수밖에 없다. 어쨌든 현재까지 알려진 계란 전략(?)이라도 알아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숙취 예방 전략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적절한 음주량을 지키는 것이다. 우리나라 성인에 맞는 음주량은 일주일에 두 번 이하, 한 번에 알코올 20g 이하를 마시는 것이다. 알코올 20g을 맥주로 환산하여 보면 500cc, 포도주로는 200cc(4잔), 청하 120cc(1/3병), 소주 80cc(1/4병), 위스키 60cc(2잔)의 양에 해당한다. 어쩔 수 없는 경우라도 이 용량의 4배가 넘지는 않도록 해야 하는데, 이 경우는 간이나 위장, 뇌의 일부 손상을 각오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적절한 음주량에도 피해가 커서 술을 절대 마셔서는 안 되는 사람도 있는데, 술 마시면 얼굴이 빨리 붉어지는 사람이 이에 해당한다. 대체로 우리나라 사람의 4명 중 1명이 이에 해당하는데, 이런 사람들은 술을 분해하는 효소의 기능이 떨어지거나 모자라서 술 분해 산물 중 독성이 강한 ‘아세트알데하이드’라는 물질이 몸에 오래 머물고 축적되기 때문이다. 아세트알데하이드는 혈관을 손상시켜 동맥경화를 일으키고, 세포를 못살게 굴어 간암이나 위암, 식도암 등을 일으키는 역할을 하게 된다. 물론 임산부, 만성간질환자, 매일 약을 복용하고 있는 경우도 술을 마시지 말아야 한다. 임산부가 음주를 하였을 경우는 알코올-태아 증후군으로 기형아의 출산 가능성이 높아지게 되고, 만성간질환자의 경우는 간암의 위험성이 훨씬 높아지게 되며, 고혈압·고지혈증·당뇨 등으로 매일 약을 복용해야하는 사람들이 술을 마시게 되면 이런 약물들의 간 대사 속도 등이 변하여 부작용이 많아지거나 효과가 떨어져 합병증을 유발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우울하거나 슬플수록 숙취 심해
술과 같이 하는 안주나 음식은 적정량을 섭취하도록 해야 하는데, 과식과 공복 모두 해롭기 때문이다. 술과 같이 하는 음식들은 소화가 되면서 대부분 지방으로 축적되기 때문에 복부 비만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많고, 빈속에 음주를 하게 되면 위장에 손상이 가기 때문이다. 우유나 제산제를 미리 복용하면 위장 코팅 효과가 있어 흡수를 느리게 해서 더디게 취하는 효과가 있기는 하지만, 결국은 다 흡수되므로 빨리 마시거나 마시는 술의 양이 많을 때는 도움이 되지 못한다.
술 마신 후 두통이 심한 사람들의 경우 미리 진통제를 복용하기도 하는데, 이는 두통 예방책의 하나가 될 수도 있지만, 두통이 줄어드는 대신 위장과 간에는 더욱 심각한 무리를 줄 수 있기 때문에 과음할 경우는 문제가 커질 수 있으므로 꼭 의사와 미리 상담하는 것이 좋다. 시중에 많이 사용되고 있는 숙취제거제들은 이론적으로 약간의 효과가 있을 순 있지만, 그 효과가 워낙 미미하기 때문에 과음, 특히 폭음에는 거의 효과가 없다고 봐야한다. 오히려 이런 숙취제거제들을 복용한 사람들의 경우 술로 인한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더 많다. 이는 이러한 약들의 효과를 너무 믿고 술을 자제하지 않고 더 많이 마시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술을 마실 때의 마음가짐도 숙취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실제 우울하거나 슬플수록 숙취가 심한 경향이 있다. 어쩔 수 없이 꼭 마셔야만 하는 술이라면 가능한 즐거운 마음으로 기꺼이 마시는 것이 더 좋다. 하지만 술을 마신 만큼 자신의 몸에 발생하는 부작용을 겸허히 받아들일 마음가짐을 가져야 함은 물론이다.
마지막으로 음주 전후로 물을 충분히 마시는 것인데, 일반 음료도 도움이 된다. 충분히 물을 섭취할 경우는 음주로 인한 탈수를 예방하고, 대사되지 않은 술이나, 술의 여러 대사산물들이 빨리 배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음상태가 되면, 위장에서 물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게 되기 때문에 과음을 하게 되면 거의 대책이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어쩔 수 없이 과음을 했을 경우는 가장 중요한 대책이 물을 충분히 마시는 것이다. 몸에 가득 쌓인 술의 대사물과 독성물질들을 가능한 빨리 배출할 수 있고, 술로 인한 탈수가 나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꾸 토할 경우는 마시는 물이 흡수되지 않기 때문에 병원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이 경우는 정맥으로 수액을 주입시키는 것이 도움이 된다. 두 번째로 당분이 많이 들어있는 선지·꿀물·콩나물국 등을 섭취하는 것인데, 평소 해장국이나 해장식사로 잘 알려진 이러한 음식들은 숙취를 빨리 해독시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고혈압·당뇨 환자 음주 후 목욕 금물
숙취가 발생하면 몸이 불편하기 때문에, 하루 종일 누워있는 경우가 많다. 가만히 누워있는 것보다 조금 힘들더라도 걷기와 같은 신체활동을 해주는 것이 좋다. 이런 운동들이 숙취 독성물질들의 대사를 항진시켜줄 수 있기 때문이다. 몸의 혈액순환을 좋게 하기 위해 따뜻한 물에 샤워나 목욕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되지만, 숙취가 너무 심하거나 고혈압이나 당뇨환자들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흔히들 술의 부작용 하면 간경화나 치매 같은 신체적인 문제만을 생각하는데, 실제로 술이 문제가 되는 것은 정신·사회학적인 측면이 더 크다. 예를 들어 최근 술에 의한 우리나라의 경제적 피해가 14조원이었는데, 그 중 신체적 건강에 들어간 비용은 10%도 되지 않는 1조원이었고 나머지는 음주 후의 ‘난동’으로 인한 피해였다고 한다. 또 하나, 여러 사고나 범죄 중 10~20% 정도가 음주와 관련이 되어 있는데, 심각한 문제일수록 음주가 개입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자동차 사고의 경우를 보면 일반 기물 손상의 사고는 약 8%가 음주와 관련이 있지만 사망사고를 일으킨 대형사고의 경우는 약 50%가 음주운전 때문이다. 필자가 숙취를 이기는 비법을 말할 때마다 왠지 죄책감을 느끼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 이코노미플러스 yellowday 옮김
조비룡 서울대 의대 가정의학교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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