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으로 오뒤쎄우스 일행은 퀴클롭스의 나라에 이르렀다. 퀴클롭스란, 거인 족으로서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섬을 독차지해서
살고 있었다.〈퀴클롭스〉라는 말은 〈둥그런 눈〉이라는 뜻이다. 이 거인들이 이러한 이름으로 불리는 것은 둥그런 눈알이
하나, 그것도 이마 한가운데 박혀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주로 동굴에 살면서 섬에서 나는 야생 식물과 양젖을 먹고 살았다.
말하자면 양치기였던 것이다.
오뒤쎄우스는 본대(本隊)를 작은 섬에 정박시키고, 자기는 배 한 척만 몰고 식량을 얻으러 퀴클롭스 섬으로 갔다.
상륙할 때엔 그 섬 주민들에게 선사할 술을 가지고 갔다.
이윽고 큰 동굴 앞에 이른 오뒤쎄우스 일행은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오뒤쎄우스 일행은 동굴 안을
조사해 보았다. 동굴 안에는 육질이 좋은 양고기, 엄청나게 많은 치즈, 양젖이 든 통과 주발, 우리에 갇힌 새끼양과
산양 따위가 꽤 규모 있게 정리되어 있었다.
오래지 않아 그 동굴의 주인인 퀴클롭스 폴뤼페모스가 커다란 나무짐을 지고 돌아와 짐을 동굴 입구에다 놓았다. 그
리고는 젖을 짤 셈인지 양과 염소 떼를 동굴 안으로 몰아넣은 뒤, 안으로 들어와서는 황소 스무 마리로도 움직일 수 있을
성싶지 않은 바위를 동굴 입구에 굴려 놓았다.
폴뤼페모스는 동굴 입구를 막고 앉아서 양젖을 짜가지고는 치즈와 젖을 간수하고, 나머지는 마실 것으로 덜어 놓았다.
그러다 불청객 일행을 발견한 폴뤼페모스는 그 외눈알을 부라리며 큰 소리로, 누구며 어디에서 왔느냐고 물었다.
오뒤쎄우스는 공손하게, 자기네들은 그리스 인들인데 최근 트로이아 원정 전쟁에서 큰 공을 세우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이라고 말한 다음, 신들의 이름으로 호의를 베풀어 달라고 말했다.
폴뤼페모스는 대답 대신 한 손을 내밀어 오뒤쎄우스의 부하 둘을 집어 동굴 벽에다 던졌다. 오뒤쎄우스의
두 부하는 머리가 터져 절명했다. 폴뤼페모스는 태연하게 이 두 사람을 맛있게 먹고는 바닥에 누워 잠이 들었다.
오뒤쎄우스는 거인이 잠자고 있는 틈을 타서 칼로 찌를까 생각해 보았다. 그러나 그렇게 하고는 하나도 살아 돌아갈 수
없을 것 같았다. 거인이 입구를 막아 놓은 바위는 그들 힘으로는 도저히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크고 무거운 것이었다.
따라서 거인만 죽이면 모두 그 동굴에 갇혀 전멸할 수밖에 없었다.
다음 날 아침 거인은 전날처럼 또 두 사람을 잡아 죽이고는 고기 한 점 남기지 않고 먹었다. 식사를 끝낸 거인은
입구의 바위를 치우더니 양떼를 내몰고 자기도 나간 뒤 바위를 다시 굴려 입구를 막아 버렸다.
거인이 나간 뒤 오뒤쎄우스는 어떻게 하면 죽은 부하들의 원수를 갚고, 남은 부하들을 이끌고 그곳을 탈출할 수 있을지
곰곰이 궁리했다. 그는 부하에게 명하여 퀴클롭스가 지팡이를 만들려고 꺾어온 긴 생나무 둥치를 발견했다.
생나무는 마침 동굴 바닥에 놓여 있었다.
오뒤쎄우스는 그 나무의 한쪽 끝을 뾰족하게 깎게 하고, 불로 잘 말린 다음 바닥에 쌓인 짚더미 속에다 감추었다.
오뒤쎄우스는 용감한 부하 넷을 골라 특공대를 조직하고 자기는 다섯 번째 대원으로 거기에 가담했다.
저녁 때 동굴로 돌아온 퀴클롭스는 바위를 치우고 여느 때처럼 양떼를 몰아들였다. 그리고는 전날처럼 젖을 짜고
식사를 준비한 뒤 또 오뒤쎄우스의 부하들을 잡아 동굴 벽에다 메쳐 머리를 부수어 죽인 다음 저녁으로 먹기 시작했다.
식사가 끝나자 오뒤쎄우스가 다가가, 술 한 보시기를 내밀며 말을 걸었다.「퀴클롭스여, 이것은 술이라는 것이오.
인간의 고기를 먹은 뒤 이것을 마시면 입이 개운할 것이오.」
그러자 거인은 술 보시기를 받아 마셨다. 맛이 있었던지, 몹시 좋아하며 더 달라고 말했다. 오뒤쎄우스는 몇 보시기를
거푸 부어 주었다. 거인은 술에 거나하게 취하여, 사례로 잡아먹더라도 맨 나중에 잡아먹겠다고 약속하고는 이름을 물었다.
오뒤쎄우스가 대답했다.「내 이름은 〈노맨〉1) 올시다.」
저녁 식사를 마치자 거인은 누워서 잠시 쉬다가 곧 잠이 들었다. 오뒤쎄우스는, 특공대로 선발한 부하 넷과 함께 예의
나무를 불 속에 넣어 빨갛게 태운 다음 그것으로 외눈박이 거인의 눈을 푹 찌르고는 목수가 송곳 돌리듯이 잡아돌렸다.
기겁을 하고 지르는 이 거인의 비명은 동굴 안에 쩌렁쩌렁 울렸다.
오뒤쎄우스는 부하 넷과 함께 재빨리 도망쳐 바위 사이에 몸을 숨겼다. 거인은 비명을 질러 주위의 동굴에 사는 다른
퀴클롭스들을 불렀다. 먼 곳에 있는 거인, 가까이 있는 거인 누구나 들을 수 있을 만큼 큰 소리였다. 외눈박이 거인들은
그 소리를 듣고 동굴 앞으로 달려와, 대체 무슨 일 때문에 그렇게 소리를 질러 잠도 못 자게 하느냐고 물었다.
퀴클롭스가 소리쳤다.
「여보게들, 나 죽네! 노맨이 날 이 지경으로 만들었네!」2)
그러자 퀴클롭스 무리는,
「〈노맨〉이 자네를 그 지경으로 만들었다면,3) 이는 필시 제우스 신께서 하신 일일 테지. 그러니 꾹 참아야 하네.」
이렇게 말하고는, 비명을 지르는 외눈박이 폴뤼페모스만 남겨 놓고 흩어져 버렸다.
다음 날 아침 폴뤼페모스는 양떼를 목장으로 내몰기 위해 예의 그 바위문을 열었다. 그러나 자신은 동굴 입구에 서서
양이 나갈 때마다 한 마리씩 쓰다듬었다. 오뒤쎄우스와 그 부하들이 양떼에 섞여 도망치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었다.
오뒤쎄우스는 부하들에게 명하여 양을 세 마리씩 버들가지 껍질로 묶게 했다. 버들가지 껍질은 동굴에서 찾아낸 것이었다.
이 세 마리 양 중 맨 가운데 있는 양의 배에 부하가 하나씩 매달려 있고 양쪽으로 각각 한 마리씩의 양이 부하를 가려 주고
있는 것이었다. 그들이 이렇게 해서 동굴을 빠져 나갈 때도 외눈박이 거인은 양의 등과 겨드랑이만 쓰다듬었지
배 쪽은 쓰다듬지 않았다.
부하들이 이런 식으로 다 빠져 나오자 오뒤쎄우스가 마지막으로 동굴을 빠져 나왔다. 모두가 나오자 오뒤쎄우스와 부하들은
양떼를 몰고 해안 쪽, 배 있는 곳으로 왔다. 재빨리 양을 배에 실은 그들은 배를 내몰았다. 해변에서 어지간히 떨어지자
오뒤쎄우스는 큰 소리로 외눈박이 거인에게 호령했다.
「퀴클롭스 네 이놈! 잔학한 짓을 일삼더니 거 보아라, 신들이 죄값을 톡톡하게 물리지 않느냐! 네 놈 눈을 뺀 이 몸은
오뒤쎄우스라는 분이시다!」퀴클롭스는 이 소리를 듣고 산 옆으로 비죽이 솟아 있는 바위를 거머잡아 산에서 쑥 뽑아들고는
있는 힘을 다해 소리나는 쪽으로 던졌다. 바위는 뱃전을 겨우 피하여 바다에 떨어졌다.
바위가 떨어지는 바람에 물결이 일어 배는 다시 육지까지 밀려나오면서 가까스로 침몰을 면했다. 애써 배를 다시 바다로
끌어넣어 해안선을 빠져 나오자 오뒤쎄우스는 다시 외눈박이 거인에게 욕지거리를 하려 했으나 부하들이 한사코 말렸다.
오뒤쎄우스는 거인에게 바위를 피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어 안달을 부리다가 배가 더 안전한 거리에 이르자 기어코 그렇게 했다.
오뒤쎄우스 일행은 힘껏 노를 저어 이윽고 본대와 합류했다.
이어 오뒤쎄우스 일행이 당도한 섬은 아이올로스4) 섬이었다. 제우스는 아이올로스에게 바람의 지배권을 맡겨,
아이올로스 뜻대로 바람자루를 풀어 헤치거나, 바람을 그 자루에 가둘 수 있게 한 터였다.
아이올로스는 오뒤쎄우스 일행을 후하게 대접하고, 순풍으로 하여금 그들의 선단을 고국으로 무사히 귀환하게 해주겠다면서,
항해에 장해가 되는 바람은 자루에 넣어 은사슬로 주둥이를 꼭 매어 오뒤쎄우스에게 건네주었다.
오뒤쎄우스는 아이올로스 섬을 떠나 항해하면서 손수 키를 잡았다.
그러나 어느 날은 너무 지쳐 잠이 들고 말았다. 그가 잠잘 동안 부하들은 그 자루를 놓고 저희들끼리 옥신각신했다.
결국 그 자루 속에는 친절한 아이올로스가 오뒤쎄우스 대장에게 준 보물이 들어 있을 것이라는 결론이 났다.
부하 하나가 보물을 꺼내어 나누어 갖자면서 은사슬을 풀었다. 그러나 자루 속에서는 보물 대신 역풍이 쏟아져 나와
배를 아이올로스 섬으로 되돌아가게 했다. 아이올로스는 인간들의 어리석음에 몹시 화를 내면서 더 이상의 후원을 거부했다.
오뒤쎄우스 일행은 노를 저어 왔던 뱃길을 어렵게 어렵게 되돌아가지 않으면 안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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