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 전문의에 따르면 65세 이상 우울증 환자 중 적게는 30%, 많게는 90%가 '혈관성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퇴, 배우자나 지인의 죽음 등으로 인한 심리적인 충격만이 우울증의 요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뇌 모세혈관 막히면 우울증
혈관성 우울증은 노화,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등으로 인해 모세혈관이 막혔을 때 생긴다.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신용욱 교수는 "혈관성 우울증
환자의 뇌를 MRI로 촬영해보면, 심리적 요인에 의한 우울증 환자와 달리 백질(신경세포들을 연결하는 부분)이 군데군데 막혀서 하얗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여의도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태연 교수는 "노르에피네프린, 세로토닌 같은 신경전달 물질을 생성·분비하는 부위의 모세혈관이나, 감정 전달 역할을
하는 영역의 모세혈관이 막혔을 때 우울 증상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아주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홍창형 교수는 "모세혈관이 하나 둘 씩 막히면
가랑비에 옷이 젖듯이 인지기능이 서서히 떨어지고, 이를 방치하면 혈관성 인지장애를 거쳐 혈관성 치매가 된다"고 말했다.
혈관성 우울증이 있으면 일반적인 우울 증상에 인지기능·행동 변화도 추가로 나타난다. 신용욱 교수는 "전두엽 혈관이 막혔으면 기억력·집중력·의욕 저하가
나타나고, 피질하 영역의 모세혈관이 막히면 행동이 굼뜨고 음식을 자주 흘리고 구부정하게 걷는다"고 말했다. 기력이 없고, 멍한 모습을 자주 보이는
특징도 있다. 홍창형 교수는 "슬픈 일이 생겼을 때 울지는 않고 힘없이 앉아 있기만 한다면 혈관성 우울증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가족력이 없거나 60세 이후에 우울증이 처음 생긴 경우, 우울 증상과 인지기능 저하가 함께 보이는 경우, 고지혈증·당뇨병·고혈압이 있다면 혈관성 우울증을
의심하고 MRI 촬영을 해봐야 한다. 혈관성 우울증과 일반 우울증은 치료 방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전태연 교수는 "혈관성 우울증이 있다면 혈관을
튼튼하고 넓게 만들어주는 식이요법, 운동 등의 혈관 치료와 항우울제, 정신과적 상담 같은 우울증 치료를 함께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볍게 산책하고 주 3회 고등어 먹어야
혈관성 우울증을 예방하려면 우선 뇌졸중 위험인자인 당뇨병·고혈압 같은 만성질환의 예방·관리가 필수다. 혈당·혈압·콜레스테롤 수치를 정상 범위로 유지해야 하는 것이다. 일주일에 세 번 이상 유산소 운동을 하는 게 좋다. 땀이 날 정도의 고강도 운동보다는 산책, 체조·태극권 등이 더 좋다. 홍창형 교수는 "운동을 열심히 하면 뇌혈관이 많이 생기고, 기존에 있던 혈관이 넓어진다"며 "막힌 뇌혈관이 있다면 그 바로 옆에 새로운 뇌혈관이 보조적으로 자라기도 한다"고 말했다.
일주일에 2~3회 정도 고등어, 참치 등을 먹는 것도 권장된다. 고등어, 참치 등에는 불포화지방산인 오메가3가 풍부한데, 이는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고 혈관이 좁아지는 것을 막는다. 항산화 물질이 풍부한 시금치, 브로콜리 등도 하루 두 끼 이상 먹어야 한다.
항산화 물질은 몸속 염증반응과 산화작용을 막아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한다.
/ 김하윤 헬스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