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01.20 22:51
'임매 초상' - 한정래 그림, 비단에 채색, 64.8×46.4㎝, 1777년,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초상화의 주인공은 임매(任邁·1711~ 1779)다. 그는 대대로 서울살이를 해온 세족(世族)으로 현령과 낭관 등의 벼슬을 지냈다. 조부가 쓴 황당한 야담집을 읽은 뒤 그보다 훨씬 리얼한 이야기책 '잡기고담(雜記古談)'을 펴낸 문인이기도 하다.
첫인상은 강파르다. 살이 쪽 빠진 얼굴이 댓바람에 들어온다. 눈가에 잔줄이 오글오글하고 뺨뼈가 튀어나와 서그럽다 할 성품은 아니다. 자기 됨됨이를 자평한 글이 화면 오른쪽에 있다. '졸렬한 듯해도 오만하고 속 좁은 듯해도 굳은데, 게으르고 어수선한 것이 참모습이다. 묻노니 어떤 사람인가. 지금 세상에서 케케묵은 사람이라 하겠지.' 어찌 들으면 갈피 잡기가 어려운 고백이다. 자조(自嘲)와 자부(自負)와 겸사(謙辭)가 뒤섞여 있다.
그의 속을 짚어볼 관상이 없지는 않다. 끝이 올라간 눈매와 입가에 굵게 잡힌 세로 주름을 보라. 곁을 주지 않는 오기와 남의 말에 휘둘리지 않는 심지가 거기에 서렸다. 그와 평생 사귄 문인화가 이인상(李麟祥)도 그것에 걸리곤 했다. 임매는 이인상이 일껏 그려준 작품을 손가락으로 튕기거나 남이 가져가게 뒀다. 자존심이 상한 이인상이 아예 '임매만 가져라'고 써서 건넨 그림이 지금도 전한다.
임매는 스스로 '케케묵은 존재'라 했다. 곧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얘기다. 설마 물정을 몰라 물욕이 없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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