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1.04.26 23:15
드레스 자락이 거대하게 부풀어 오른 것은 크리놀린 때문이다. 19세기 후반부터 유행했던 크리놀린은 철사와 고래뼈로 바구니처럼 둥그런 뼈대를 만들어 치마 속에 입는 페티코트다. 크리놀린은 여성들에게 관능적인 '모래시계 몸매'를 만들어 주었지만, 그 대가는 만만치 않았다.
전성기 때의 크리놀린은 그 직경이 거의 2m였다고 하니, 이쯤 되면 옷이 아니라 무기다. 여자들이 테이블 옆을 지날 때마다 그릇이 우르르 떨어지는 것은 예사였고, 넘어지기라도 하면 크리놀린이 우산처럼 머리 위로 뒤집혀 민망한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그러나 실제로 높은 곳에서 떨어진 한 여인이 크리놀린 낙하산 덕에 목숨을 건졌다는 전설도 있으니, 글래큰스의 삽화가 허풍만은 아닌 셈이다.
미니스커트의 전설, 윤복희씨가 돌아왔다. 지금은 미니스커트를 넘어선 '하의 실종'의 시대지만, 유행은 돌고 도는 것이니, 언젠가 크리놀린이 되돌아올지도 모른다. 그때가 되면, 외출 전에 그날의 풍속(風速)은 꼭 확인해야 할 것이다.
'서양 美術산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11] 파리의 거리: 비 오는 날 (0) | 2013.01.18 |
---|---|
[10] 왓슨과 상어 (0) | 2013.01.18 |
[8] 이집트 서기의 좌상 (0) | 2013.01.18 |
[7] 카라바조, 성(聖)마태의 소명 (0) | 2013.01.18 |
[6] 뉴욕 쿠로스 (0) | 2013.01.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