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美術산책

[7] 한국전 참전 기념물

yellowday 2013. 1. 5. 06:34

6·25를 기념하는 기념물은 우리나라는 물론이지만 유엔군으로 참전했던 나라에서도 상당수 발견할 수 있다. 그중 가장 규모가 큰 것이 미국 워싱턴 DC의 내셔널 몰에 있는 '한국전참전용사기념물'이다. 1995년에 완성된 이 기념물은 순찰 나온 미군 19명이 서로 주의를 환기시키며 한발 한발 나가고 있는 모습이다.

이들에게 모두 비옷을 입힌 이유는 많은 군인이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북한에서 가장 견디기 어려웠던 것은 혹한과 비바람이었다고 회고했기 때문이다. 조각상들 앞에는 원형의 '기억의 연못'이 있고 거기에는 "자유는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라는 구절이 적혀 있다. 또 옆에는 길이 50m의 검은 화강암 벽에 컴퓨터 그래픽으로 처리한 2400명의 육·해·공군, 군목, 간호사들의 얼굴이 새겨져 있다.

미국 워싱턴 DC의 ‘한국전참전용사기념물'.
이 기념물 건립은 1982년 내셔널 몰에 세워진 '월남전참전용사기념물'에 자극을 받아 추진되었다. 월남전기념물은 70m에 달하는 두개의 검은 화강석이 125도 각도로 V자 형태로 마주치는 단순한 추상 형태였다. 검은 화강석에는 사망한 군인 5만8007명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승리보다는 죽은 병사를 기억하게 하는 이 기념비의 참신함에 대해 미술계에서는 찬사를 보냈지만, 검은색은 슬픔과 수치를 상징하므로 참전 군인을 모욕하는 것이라는 비난도 거셌다.

월남전기념물에 대한 논쟁은 한국전기념물에도 영향을 줬다. 한국전기념물 건립위원회는 참전 군인들의 의견을 잘 반영하고 생생한 전투장면을 사실적으로 재현하기를 원했다. 아주 뛰어난 사실성을 보여주는 기술적인 훌륭함은 실제 전투에 참여한 병사들의 긴장과 피곤을 매우 인상적으로 전달한다. 이 기념물이 전쟁을 더 이상 승리와 패배로 이해하고 있지 않다는 점은 중요하다. 기념물이 영웅적인 전투나 행위에 초점을 맞추어야 하는 개념에서도 벗어났다. 그보다는 자유와 민주주의의 수호라는 명분 아래 헌신한 평범한 군인들이 중심이 되었다는 점에서 기념물 역사에 중요한 획을 그은 조형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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