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12.16 23:30
- '말 징 박기' - 조영석 그림, 종이에 담채, 36.7×25.1㎝, 18세기,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말에 편자를 박는 작업이 흥미롭게도 우리 옛 그림에 더러 보인다. 그 일이 나무에 못 치는 것처럼 뚝딱 해치울 수 있다면 그림 소재까지 되지는 않았을 테다. 언뜻 소묘(素描) 같은 한 장면을 구경해보자. 사대부 출신으로 조선 후기 풍속화의 길을 앞서간 화가 조영석(趙榮 · 1686~1761)의 작품이다.
두 사람이 짝을 지어 편자 다는 일에 나섰다. 바닥에 낫과 톱이 놓여 있다. 낡은 편자를 빼고 나서 맨 먼저 저 연장으로 헤진 말굽을 깎고 다듬어야 한다. 그다음 맞춤한 편자를 굽에 대고 짧은 못으로 된 징을 두드려 박는다.
겉보기는 간단하다. 하지만 말 다루기가 간단치 않다. 놀란 말이 행여 발길질이라도 하면 사람이 크게 다친다. 그림에서는 네 다리를 엇갈리게 꽁꽁 묶고 한쪽 끈을 나무에 바짝 동여맸다. 때로는 묶은 다리 사이에 주릿대를 끼어 꼼짝 못하게 붙들고 있어야 한다.
목을 비튼 말이 신음을 낸다. 머리를 마구 흔들다 다칠까봐 가마니를 깔아줬지만 이빨을 앙다문 채 버둥거리는 말은 애처롭다. 삿갓 쓴 사내가 나뭇가지로 을러보지만 그 역시 안타까운지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황망한 상황에서도 신중한 이는 망건을 쓰고 쪼그려 앉은 노인이다. 그는 이 일을 많이 해본 숙수(熟手)다. 대갈마치로 징을 가늠하는 자세가 믿음직스럽다. 징은 똑바로, 제대로 쳐서 박아야 한다. 박고 빼고를 거푸하면 말이 죽을 노릇이다. 그러잖아도 이 말은 겁을 먹었다. 말 생식기가 자라 그것처럼 졸아들었다. 일도 시키고 먼 길도 가야 할 말이다. 잘 부려 먹자면 손을 잘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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