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송詩 사랑詩

81. 이런 사랑을 하고 싶다 - 류동하

yellowday 2012. 12. 4. 17:31

이런 사랑을 하고 싶다 - 류동하

 

 

사색하는 사랑

심각한 사랑

바보가 돼 주는 사랑

철인이 되어지는 사랑

어머니를 흉내낸 사랑

아버지 연습을 하는 사랑

긴장돼 터질듯 울고픈 사랑

 

너로 하여, 너로 하여

한없이 가이없이 번민하는

사랑을 하고 싶다

소설같은 사랑

시와 같은 사랑

아니. 이 사랑 이 마음을

소설이나 시로 쓸

길고 짧은 사랑을 하고 싶다

 

송두리째 사랑하고 싶다

마음의 밑자락 그 극단서 익사할

위험한 사랑을 하고 싶다

사념을 죄다 분열 시키는 사랑

내 형체가 바람에 흩어져도

씨익 웃고 말 멋진 사랑

남다른 사랑 갈망한 죄로 하여

저주받고 멸망당할

교만한 사랑을 하고 싶다

 

졸리운 바다

하이얀 손 흔드는

등대지기 깜빡 사랑

 

나의 천국

너만을 가둬두는

미안한 꼭꼭 사랑

 

나의 느낌

전설로 흘러가는

애틋한 절절 사랑

 

아스라 성좌

목련의 유혹

정오의 태양

진주같은 긴 한숨

아 싯가루같은

너의 감탄사

내가 한결같은 그리움 되어질

인간적인 찬란토록 인간적인

조각같은 사랑을 하고 싶다

 

내 혀가 끝없이 끝없이 말을 해도

닳지 않을 질긴 사랑

네 귀를 채워도 채워도 못다할

 

목마르게 소리치는 메아리 사랑

내내 줄곧 느을 언제나

다시 또 줄기차게 노상

사랑하고 싶다

 

끝내는 마침내 드디어

정열의 순교자 그 영광 불타 오를

폭발적인 사랑도 하고 싶다

 

산책하며 보란듯이 어깨에 손 얹는 가을 사랑

질주하며 입맞추는 시속 백오십 쾌속 사랑

벌통같은 실타래 풀며풀며 너를 감쌀 의복 만드는

따끈한 사랑 사랑

어느 때 어느 곳에서나

너를 아끼며 떠올릴

전천후 사랑을 하고 싶다

 

침묵하는 사랑

말로 하는 사랑

움직이는 사랑

민들레처럼 이슬처럼 샛별처럼

눈부시게 사랑 하고싶다

 

더 없을까 무엇일까 어떻게 해 줄까

무덤까지 걱정않곤 안타까워 못견딜

예민하고 섬세한 '나의 사랑'일랑

흠뻑하고 싶다

아무렴 포도주빛 고전적 사랑은

반드시 마시고 또 취해야겠지

아니야 인류가 말해온

수다스런 사랑은 몽땅 다

하고 말테다

 

온 잉크로 온 백지를 다 쓸 때까지

온 마음이 하나의 티끌이 될 때까지

하늘가에 정신없이 소문 나기까지

인생의 짧음이 너무 섭섭하기까지

사랑이 이 생명 마침표 되고마는

기맥힌 낭만적 사랑을 하고 싶다

 

하고 싶다  하고 싶다

이 모든 거짖부렁

참말이었다 할 때까지

yellowday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