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사랑을 하고 싶다 - 류동하
사색하는 사랑
심각한 사랑
바보가 돼 주는 사랑
철인이 되어지는 사랑
어머니를 흉내낸 사랑
아버지 연습을 하는 사랑
긴장돼 터질듯 울고픈 사랑
너로 하여, 너로 하여
한없이 가이없이 번민하는
사랑을 하고 싶다
소설같은 사랑
시와 같은 사랑
아니. 이 사랑 이 마음을
소설이나 시로 쓸
길고 짧은 사랑을 하고 싶다
송두리째 사랑하고 싶다
마음의 밑자락 그 극단서 익사할
위험한 사랑을 하고 싶다
사념을 죄다 분열 시키는 사랑
내 형체가 바람에 흩어져도
씨익 웃고 말 멋진 사랑
남다른 사랑 갈망한 죄로 하여
저주받고 멸망당할
교만한 사랑을 하고 싶다
졸리운 바다
하이얀 손 흔드는
등대지기 깜빡 사랑
나의 천국
너만을 가둬두는
미안한 꼭꼭 사랑
나의 느낌
전설로 흘러가는
애틋한 절절 사랑
아스라 성좌
목련의 유혹
정오의 태양
진주같은 긴 한숨
아 싯가루같은
너의 감탄사
내가 한결같은 그리움 되어질
인간적인 찬란토록 인간적인
조각같은 사랑을 하고 싶다
내 혀가 끝없이 끝없이 말을 해도
닳지 않을 질긴 사랑
네 귀를 채워도 채워도 못다할
목마르게 소리치는 메아리 사랑
내내 줄곧 느을 언제나
다시 또 줄기차게 노상
사랑하고 싶다
끝내는 마침내 드디어
정열의 순교자 그 영광 불타 오를
폭발적인 사랑도 하고 싶다
산책하며 보란듯이 어깨에 손 얹는 가을 사랑
질주하며 입맞추는 시속 백오십 쾌속 사랑
벌통같은 실타래 풀며풀며 너를 감쌀 의복 만드는
따끈한 사랑 사랑
어느 때 어느 곳에서나
너를 아끼며 떠올릴
전천후 사랑을 하고 싶다
침묵하는 사랑
말로 하는 사랑
움직이는 사랑
민들레처럼 이슬처럼 샛별처럼
눈부시게 사랑 하고싶다
더 없을까 무엇일까 어떻게 해 줄까
무덤까지 걱정않곤 안타까워 못견딜
예민하고 섬세한 '나의 사랑'일랑
흠뻑하고 싶다
아무렴 포도주빛 고전적 사랑은
반드시 마시고 또 취해야겠지
아니야 인류가 말해온
수다스런 사랑은 몽땅 다
하고 말테다
온 잉크로 온 백지를 다 쓸 때까지
온 마음이 하나의 티끌이 될 때까지
하늘가에 정신없이 소문 나기까지
인생의 짧음이 너무 섭섭하기까지
사랑이 이 생명 마침표 되고마는
기맥힌 낭만적 사랑을 하고 싶다
하고 싶다 하고 싶다
이 모든 거짖부렁
참말이었다 할 때까지
yellowday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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