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송詩 사랑詩

(101가지 사랑시) 1.가고 오지 않는 사람 - 김남조 2.가난한 사랑 노래 - 신경림 3.공개적인 사랑 /용혜원

yellowday 2012. 11. 23. 07:49


 가고 오지 않는 사람 /
김남조



가고 오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더 기다려 줍시다.
더 많이 사랑했다고
부끄러워 할 것은 없습니다.

더 오래 사랑한 일은
더군다나 수치일 수 없습니다.
요행이 그 능력 우리에게 있어
행할 수 있거든 부디 먼저 사랑하고

많이 사랑하고
더 나중까지 지켜주는 이 됩시다.

 


가난한 사랑 노래  / 신경림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범대원의 호각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보지만
집 뒤 감나무에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 바람소리도 그려보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경험담 / 원태연


집 앞까지
바래다 달라 해도 싫다 하고
바래다 준다 해도 싫다 하세요
매일 매일 바래다 주면
서로가 버릇돼
이별 후

다시 만남을 갖는다 해도
그 만남을 사랑하게 된다 해도
집 앞에서 안녕할 때
문득 떠오를 테니까요
전에 바래다 주었던
그 행복한 눈이
슬픈 눈으로 기억될 테니까요

서글픈 밤 그림자로 기억될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