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작사와 작곡자가 없는 우리 민요와 가락들, 그것은 오랜 세월을 지나 오면서 민초들의 애환과 눈물, 그리고 가슴에 맺힌 한들이 울고 싶고 미치도록 고함이라도 토해내고 싶었던 분노, 곧 그렇게 해야만 막힌 가슴이 뚫리고 숨을 쉬고 살아 갈 수있었던 심사(心思)가 오늘날 민요와 가락으로 전해오고 있습니다.
춘향가(春香歌) 중 『쑥대머리』는 참담하고도 암울했던 일제 식민지시대 『국창 임방울』이 애절하게 불러 크게 유행시킨 노래로 옥에 갇힌 춘향이의 서글픈 심정만큼이나, 그 당시 춘향이의 심정과 다를 바 없는 우리 민족의 심정을 중모리 장단에 계면조로 처절하게 묘사(描寫)되어 부르게 되었습니다.
시골 청년 하나가 들어와 무대에 서서, 억울하게 옥에 갇힌 춘향이가 머리를 쑥대머리처럼 길게 늘어뜨리고, 한양 간 이도령을 그리워하는 『쑥대머리』를 어찌나 애절하게 부르던지 그 곳에 있던 관중들이 눈시울을 적시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관중과 심사위원들을 놀라게 한 이 시골청년은 바로 『국창 임방울』, 그는 1828년에 열린 전국명창대회 이후 『쑥대머리』명창으로 일약 스타가 되었고 레코드사에서 앞 다퉈 발매한 음반은 무려 20만장이상 판매고를 올렸으니, 이를 곱게 볼 리 없던 일본은 민족정서(民族情緖)가 뿌리 깊은 국악을 말살시키려 했지만 그의 마음이 담긴 소리는 수십 년이 흐른 지금에도 우리 곁을 지키고 있습니다.
쑥대머리/ 임방울
쑥대머리 귀신형용,
적막옥방의 찬자리에
생각난 것이 임뿐이라
보고지고 보고지고 한양낭군 보고지고
오리정 정별 후로 일장서를 내가 못 봤으니
부모봉양 글 공부에 겨를이 없어서 이러난가
여인신혼 금슬우지 나를 잊고 이러난가
계궁항아 추월같이 번뜻 솟아서 비치고저
막왕막래 막혔으니, 앵무서를 내가 어이 보며
전전반측의 잠못 이루니 호접몽을 어이 꿀 수 있나
손가락으 피를 내여 사정으로 편지 헐까
간장의 썩은 눈물로 님의 화상을 그려볼까
녹수부용으 연캐는 채련녀와 제룡망채엽의
뽕따는 여인네도 낭군 생각은 일반이라
옥문 밖을 못나 가니 뽕을 따고 연 캐겄나
내가 만일으 임을 못 보고 옥중원혼이 되거드면
무덤 근처 있는 돌은 망부석이 될 것이요
무덤 앞으 섯는 남귀는 상사목이 될 것이요
생전사후 이 원통을 알아 줄이가 뉘 있드란 말이냐,
아무도 모르게 울음 운다.
쑥대머리 / 안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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