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어가는 亭子

'선행 천사' 오프라, 한편선 흑인 유부남과 불륜관계?

yellowday 2012. 4. 7. 08:54

 

입력 : 2012.04.07 03:08 | 수정 : 2012.04.07 07:04

[주변 인물에게 듣는 그녀의 '진짜 과거']
고향 친척들 증언 "어린 시절 형편 비참하지 않았다, 성적 학대? 글쎄…"
'우상'이 된 오프라 성공 배경과 과정 낱낱이 파헤쳐

내 인생 최고의 쇼

키티 켈리 지음|이은주 옮김
김영사|624쪽|2만5000원

"그때 인터뷰할걸…."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는 2010년 이 책(원제:Oprah:A Biography by Kitty Kelley)이 발간됐을 때 속으로 땅을 쳤을 것 같다. '그의 길:프랭크 시내트라의 비공인 전기' '더 패밀리:부시 왕조의 실화' 등을 쓴 베스트셀러 작가인 저자는 토크쇼의 여왕인 오프라 윈프리의 평전을 쓰기로 마음먹고 여러 차례 인터뷰 신청을 했다. 그러나 번번이 퇴짜. 켈리는 "신들은 답장을 쓰지 않는다"는 존 업다이크의 말을 떠올렸다. 켈리는 신을 땅으로 끌어내리기로 마음먹었다. '본인 인터뷰 빼고 모든 자료 싹 다 찾기'다. 켈리는 25년간 오프라가 미국·영국·캐나다·호주의 신문·라디오·TV와의 인터뷰를 모두 모았다. 또 오프라의 가족과 친지, 동창생, 전 직장 동료를 인터뷰했다. 그 결과 2732개의 파일이 모였고, 켈리는 직접 인터뷰 없이 오프라의 일생을 완전히 해체·재조립했다. 그 결과 오프라는 아프고, 괴로웠을지 몰라도 독자들은 현재 미국사회 한 우상의 면모를 입체적으로 볼 수 있게 됐다.

답장하지 않는 신의 두 얼굴

"너무 궁핍해서 개나 고양이는 엄두도 못 내고 바퀴벌레 두 마리를 애완동물 삼아 길렀어요. 장난감이라곤 옥수숫대에 이쑤시개를 박은 인형이 전부였죠."(오프라 윈프리) "웬걸요, 나보다도 더 사 입은 옷이 많았구먼! 가지고 놀 인형도 없었다고 하는데, 천만에요. 인형 많았어요. 가지가지 없는 게 없었다니까요."(오프라의 이모뻘인 수지 메이 필러)

오프라는 토크쇼에서 미시시피에서 자란 어린 시절을 비참하게 묘사하곤 했다. 하지만 친척들은 "걔가 왜 그렇게 거짓말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입을 모은다. 사실 오프라는 출생부터 드라마틱했다. 1954년 1월 미혼모의 딸로 태어난 오프라 윈프리는 사실 친부(親父)가 누구인지 모른다. 어머니는 오프라를 가질 무렵 사귀었던 세 명의 남성 중 버넌 윈프리를 아버지로 지목했지만 버넌은 오프라 잉태 시점엔 군 복무 중이었다는 것이 훗날 밝혀졌다. 이름조차 원래는 '오르파(Orpah)'로 지으려 했으나 출생 신고 과정에서 철자를 잘못 적는 바람에 '오프라'가 됐다.

25년간‘토크쇼의 여왕’으로 군림하다 작년에 은퇴한 오프라 윈프리. 키티 켈리는‘그녀는 정말로 어떤 사람인가’라는 궁금증을 풀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밝혔다. /블룸버그

하지만 책에 등장하는 에피소드는 오프라 입장에선 거북한 일들. 고교생이던 15세 때 임신·출산(아기는 1개월여 만에 사망)한 사실을 미인대회 출전과 취직할 때 감춘 이야기, 토크쇼에서 고백해 오프라를 전국적인 명사로 부각시킨 소녀 시절 여러 친척으로부터 성적 학대를 당했다는 고백에 대해서도 친척들은 고개를 갸우뚱한다. 그밖에도 남아공의 여학생들에게는 럭셔리한 학교를 지어주면서 자신의 출신 고교에는 벽돌 한 장 값(50달러)도 내지 않고, 수많은 선행을 베풀면서 한편에서는 검은 피부색에 대한 콤플렉스 때문에 밝은 피부색 흑인 유부남들과 불륜관계를 갖고, 모피코트를 주변에 뿌리는 사치를 감행하는 오프라의 두 얼굴이 조명된다. 저자는 "망각은 오프라가 살아가는 힘"이라고 말한다.

시궁창에서 천상으로

'오프라 추종자들(Ophrahettes)' '오프라 중독자들(Ophraholics)' '오프라광들(Ophraphiles)' '오프라 반등(Ophrah Bounce)' '오프라화(Ophrahfication)'…. 저자의 표현처럼 21세기 초입 오프라는 전지전능하지는 않아도 어디에나 있다. 그녀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에선 기적이 벌어진다.

오프라 성공 신화의 배경은 복합적이다. 우선 그녀의 성취욕. 그는 임신·출산을 겪고 난 후 완전히 바뀌었다. 모범생이 돼 학생회 부회장이 됐고 성경 낭독 대회를 휩쓸었으며 라디오 방송국에 특채됐으며 미인대회에서도 우승했다. 17세 때 미인대회 출전을 위해 모델학교에 등록할 때 "장차 대스타가 될 사람인데요, 어디서 등록하면 되죠?"라고 당당히 물었던 게 오프라다. 1960년대 미국 사회의 소수계 우대정책은 성공에 대한 욕망으로 가득 찬 오프라에게 날개를 달아줬다. 책에서 여러 사람이 지적하듯 '점심시간에 어느 무리에 끼어들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사람'(402쪽) 같은 친구의 이미지, 미국 주류사회에서는 공개적으로 다루길 꺼리던 성적(性的)문제를 낮시간에 들이대는 감각, 누구라도 궁금해하는 이야기를 거침없이 물어대는 대담함은 그녀의 목표인 '만인의 연인'으로 만들어줬다. 그리고 그녀는 이 영향력을 바탕으로 추천했다 하면 수백만권이 팔리는 '북클럽'을 만들었고, 미국 전역에 다이어트 열풍을 불러일으켰으며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됐다. 미국 출판업자들 사이에선 "오프라와 무사 평탄하게 지내는 것이 출판계의 열한 번째 계명"이란 말이 돈다.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이 '권력'과 '돈'이 된 것이다.

켈리는 '친구'에서 손이 닿지 않는 하늘로 올라가 버린 한 '우상'의 형성 과정을 세세히 그려낸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대저택, 자가용 비행기, 경호원에 둘러싸여 짧은 거리도 걷거나 계단을 오르지 않고, 주변의 모든 사람에게는 비밀엄수를 조건으로 한 계약서를 강요하게 된 오프라. 또 명문 케네디가(家)의 마리아 슈라이버, 넬슨 만델라 등 세계적 유명인사와의 친분을 과시하고, 고향이나 가족은 자신의 성공신화를 빛내줄 무대장치 정도로만 활용하는 오프라 말이다. 그러면서 '그녀는 지금도 야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아마 생의 마지막 날까지 그러할 것이다'라고 책을 끝맺고 있다. 작가의 서술 태도는 세 가지로 요약된다. 질투와 앙심, 그리고 안타까움.    yellowday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