釜山 * Korea

陶山九曲의 광경

yellowday 2017. 7. 25. 06:19

입력 : 2017.07.24 03:14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문화콘텐츠학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문화콘텐츠학

조선 선비들은 경치 좋은 계곡의 대략 10리 정도의 구간을 9단계로 나누어 이를 구곡(九曲)이라 이름 붙였다.
각 곡(曲)마다 이름을 붙이고, 선비정신을 함양하는 과정으로 생각하였다.

낙동강 상류의 50리 정도를 도산구곡(陶山九曲)이라 한다. 청량산에서 외내(烏川) 군자리까지의 구간이다.
일반적인 구곡은 10리 정도 사람이 살지 않는 계곡을 일컫지만, 도산구곡은 50여 리의 빅 사이즈에다가 각 구간마다 명촌(名村)들이
세거해왔다는 점이 독특하다. 퇴계 선생의 직계 제자와 후손들이 거의 500년 세월 동안 이 도산구곡에 포진해 있었다.

농암 종택의 별채인 긍구당. 비온 뒤 운무에 휩싸인 고택이 아름답다. '긍구(肯構)'는 조상의 유업을 길이 이어간다는 뜻으로 효행을 강조해 온 농암 이현보 가(家)의 가풍을 담았다. /조선일보 DB

1곡은 운암곡(雲巖曲)이다. 광산 김씨들이 대대로 살았다. 오천칠군자(烏川七君子)가 회자된다.
7군자 중에 후조당(後彫堂) 김부필(金富弼·1516~1577)이 유명하다.
2곡은 월천곡(月川曲)이다. 횡성 조씨들이 살았다. 월천(月川) 조목(趙穆·1524~1606)이 대표적이다.
3곡은 오담곡(鰲潭曲)이다. 단양 우씨들이 세거하였다. 퇴계가 존경하던 역동(易東) 선생의 서원이 있었다.
4곡은 분천곡(汾川曲)인데, 강호가도(江湖歌道)라고 하는 영남 풍류의 창시자인 농암(聾巖) 이현보(李賢輔·1467~1555)를 전후하여
영천 이씨들의 600년 세거지이다.
5곡은 도산서원과 퇴계 후손들이 사는 의인(宜仁)·섬촌(剡村), 하계(下溪)와 계남(溪南) 일대이다.
6곡은 천사곡(川沙曲)이다. 진성 이씨들의 원촌(遠村)과 천사(川沙) 마을이다. 원촌은 저항 시인 이육사의 고향이다.
7곡은 단사곡(丹砂曲)이다. 천석(泉石)을 사랑한 이극철(李克哲)이 살던 곳이다.
8곡은 고산곡(孤山曲)이다. 봉화 금씨 성재(惺齋) 금난수(琴蘭秀·1530~1604)의 바위절벽 밑에 있는
고산정(孤山亭)을 보고 필자는 감동받았다. 현재는 농암 종택이 8곡으로 옮겨져 있다.
9곡은 청량곡(淸凉曲)이다. 청량산인을 자처 했던 퇴계의 수도처이다.

도산구곡 일대는 500년 동안 세월의 풍파에도 거의 풍광이 변치 않고 옛 모습을 지키고 있었다.
아쉽게도 70년대 안동댐이 들어서면서 1곡에서 6곡까지 수몰이 되었다. 수백 년 명문가 집성촌들이 사라진 것이다. 현재 7·8·9곡만 남았다.
도산구곡 골짜기의 바위 틈새마다 진하게 쏟아부어 놓은 '먹물'은 세월의 풍우도 지울 수 없구나!  조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