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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부터 막말에 責任 묻고, 교육 통해 토론문화 성숙시켜야" - '막말 폭력'에 멍드는 國格

yellowday 2014. 9. 6. 04:42

입력 : 2014.09.06 03:01

[사회 원로들의 苦言]

"막말, 우리사회 발전 가로막아… 지도층부터 품위 지키는게 중요"
"어릴 때부터 토론 DNA 심어 말에 책임지는 법 가르쳐야"
"막말 정치인 酒暴이나 마찬가지… 국민이 선거 통해 심판해야"

막말이 넘쳐나는 세태에 대해 우리 사회 원로들은 "현실이 개탄스럽지만 사회의 어른으로서 후배 세대를 제대로 교육하지 못한 과오와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여야를 떠나 정치권에서 역대 최고의 명대변인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박희태(76) 전 국회의장은 "과거엔 일부 운동권 출신 정치인이나 과격 노조가 막말에 앞장섰다면 지금은 여의도를 넘어 인터넷과 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 사회 전반에 막말 문화가 퍼져 있다"고 말했다. 박 전 의장은 "상대에 대한 존중과 여유, 유머를 모르는 정치권의 풍토와 토론 문화는 가히 재앙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 등 촌철살인 논평으로 유명했던 그는 "막말은 상대방에게 강하게 전달되는 것 같지만 결국 자신에게 '악몽의 메아리'로 돌아온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박관용 前 국회의장, 정의채 몬시뇰, 김병준 前 교육부총리, 장상 前 이화여대 총장, 소설가 복거일 사진
(사진 왼쪽부터)박관용 前 국회의장, 정의채 몬시뇰, 김병준 前 교육부총리, 장상 前 이화여대 총장, 소설가 복거일.
박관용(76) 전 국회의장은 "정치가 모범을 보이면 우리 사회가 순화될 텐데 정치권이 지나치게 싸우고 막말하는 사람을 골라서 공천 주는 경향마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점에서 나는 막말이 정치권에서 시작됐다고 본다"고 했다. 박 전 의장은 정치권 차원의 자정 노력을 강조했다. 공천을 할 때 국민 대표 자격이 있는 품성을 갖춘 사람을 뽑고, 기성 정치인이 막말을 하거나 저질 발언을 하면 국회가 윤리위원회에 회부해 강하게 처벌하는 등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설가 복거일(68)씨도 "과거 정치권에서는 막말 사태가 벌어지면 동료 정치인이 꾸짖고 당내에서 규제를 했는데 현재의 정치권, 특히 야당은 막말하는 사람이 나와도 그냥 넘어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SNS까지 가세하면서 막말의 전파력은 갈수록 강해지는데 막말을 정화해야 할 사람은 오히려 줄어드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복씨는 "여든 야든 국회의원은 국민을 대표해 국정에 참여하는 사람인데 그들이 막말을 한 경우는 더욱 준열하게 비판하고 잘못을 뉘우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톨릭대 총장을 지낸 정의채(89) 몬시뇰은 정치권 스스로 변화하지 못할 때는 유권자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정 몬시뇰은 "국민이 정치권을 향한 '분노의 힘'을 막말 표현이 아닌 치열한 감시와 그에 따른 선거 결과로 보여줄 때 더욱 강력한 힘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 관련 일러스트

김승규(70) 전 국정원장은 정치권뿐만이 아닌 '사회 지도층 전반의 자성'을 강조했다. 김 전 원장은 "막말로 사회 질서를 어지럽히는 지도층과 술 먹고 경찰 파출소에서 행패를 부리는 주폭들이 뭐가 다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지도층은 그 국민적 파급력을 고려할 때 막말 문화의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정치인은 물론 법조인, 종교인, 교육자, 심지어 언론인까지 그들 나름의 품위를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원로들이 꼽은 가장 근원적인 해법은 '교육'이었다. 상대방을 존중하며 토론하는 DNA를 어린 시절부터 심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김병준(60) 전 교육부총리는 "막말은 논리적인 사람을 움츠리게 하는 반면 공명심과 만용에 빠진 사람은 전면에 나서게 한다"고 말했다. 한 사람의 막말이 누군가의 막말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변화와 발전을 가로막는다는 것이다. 김 전 부총리는 "막말이 만연하는 중요한 원인 중 하나가 선진국에 비해 논리력과 표현력이 턱없이 부족한 우리의 척박한 토론문화"라고 말했다. 그는 "토론 수업할 때 말을 꺼리는 학생도 인터넷과 SNS에서는 상당히 공격적"이라며 "막말이 난무하는 것은 감정적 문제이기도 하지만 논리력, 표현력 부재의 문제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에서부터 원탁토론이나 발표를 교과목으로 집어넣어 교육을 권장하고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상(75) 이화여대 전 총장도 "초등학생부터 성인까지 가정·학교·직장에서 지속적인 토론 교육을 통해 '대한민국은 더 이상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는 사회가 아니다'는 점을 명확히 주지시켜야 한다"고 했다. 이돈희(77) 전 교육부 장관은 "요즘은 교육의 장마저 투쟁장이 돼버렸다"며 "토론할 때 감정을 컨트롤하는 법, 경쟁 속에서 규칙을 지키는 법, 말에 책임지는 법을 가르쳐야 할 교육자들부터 솔선수범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