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국회, 청문회 열 의무 있어… 스스로 法 깨면 누가 法 지키나" 문창극 총리,14일 만에 후보자 자진 사퇴… "총리 지명 이후 나라가 극심한 대립
입력 : 2014.06.25 03:01 | 수정 : 2014.06.25 04:54
[사퇴 회견서 정치권·언론 비판]
"언론이 진실을 외면할 땐 이 나라 민주주의는 희망없어"
"왜 제가 신앙고백하면 안되고 DJ가 '옥중서신'이란 책 통해 신앙고백한 건 괜찮은 건가"
그는 먼저 "저는 박근혜 대통령께서 나라의 근본을 개혁하시겠다는 말씀에 공감했다"면서 "분열된 이 나라를 통합과 화합으로 끌고 가시겠다는 말씀에 조그만 힘이지만 도와드리고 싶었다"고 했다. 문 후보자는 이어 "그러나 제가 총리 후보로 지명받은 후 이 나라는 더욱 극심한 대립과 분열 속으로 빠져들었다"면서 "이런 상황은 대통령께서 앞으로 국정 운영을 하시는 데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고 했다. 또 "이 나라의 통합과 화합에 조금이라도 기여코자 한 저의 뜻도 무의미하게 돼버렸다"고 말했다. 그는 때때로 말을 잇지 못하고 눈을 감은 채 숨을 고르기도 했다.
◇여야와 언론 비판
그는 먼저 청문회를 개최할 법적 의무가 있는 국회가 오도(誤導)된 여론에 밀려 사퇴를 종용했다고 지적했다.
문 후보자는 지난 11일 밤 KBS가 과거 자신의 온누리교회 강연 발언 중 일부만을 발췌해 보도해 자신에게 '친일·반민족'이란 오명이 덧씌워진 데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그는 "언론의 생명은 진실 보도다. 발언 몇 구절을 따내서 그것만 보도하면 그것은 문자적인 사실 보도일 뿐"이라며 "그것이 전체 의미를 왜곡하고 훼손한다면 그것은 진실 보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문 후보자는 "언론이 진실을 외면한다면 이 나라 민주주의는 희망이 없다"고도 했다.
문 후보자는 과거 교회에서 한 강연 내용이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것과 관련, "신앙의 자유는 소중한 기본권이다. 제가 평범했던 개인 시절 저의 신앙에 따라 말씀드린 것이 무슨 잘못이 되는가"라고 했다. 또 "김대중 전 대통령은 그의 '옥중서신'이란 책에서 신앙을 고백하며 고난의 의미를 밝혔다"면서 "저는 신앙 고백을 하면 안 되고, 김대중 대통령은 괜찮은 건가"라고 되묻기도 했다.
◇"나는 독립 유공자의 손자"
문 후보자는 총리 지명 이후 끊임없이 시달렸던 '친일·반민족' 논란과 관련, 자기가 독립 유공자의 후손이란 점을 또 한 번 강조했다.
문 후보자는 지난 10일 기자 출신 최초로 총리 후보자로 지명됐다. 그러나 11일 밤 KBS가 문 후보자의 과거 온누리교회 강연 내용 중 "일제 식민 지배와 남북 분단은 하나님의 뜻"이라는 발언을 보도한 뒤 '친일·반민족'이란 비난을 받았다. 또 지난 4월 서울대 강의에서 "일본으로부터 위안부 사과를 받을 필요가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문 후보자는 총리실을 통해 해명했지만, 비난 여론이 가라앉지 않자 15일 돌발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 숙여 사과했다. 그러나 파문은 가라앉지 않았다. 중앙아시아를 순방 중인 박 대통령은 재가 여부를 21일 귀국 이후로 미뤘다. 문 후보자는 지난주 자신의 과거 칼럼과 사진 등을 제시하며 적극 해명에 나섰지만 24일 "지금 시점에서 사퇴하는 것이 박 대통령을 도와드리는 것"이라며 자진 사퇴했다.
입력 : 2014.06.24 10:13 | 수정 : 2014.06.24 10:58
"국회는 청문회 개최할 의무 있어… 그 법은 국회의원이 직접 만들어"
"사퇴가 대통령 돕는 것으로 판단"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후보 지명 2주일 만인 24일 자진 사퇴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정홍원 국무총리가 사의를 표명한 뒤 안대희 전 대법관에 이어 문 후보자마저 낙마하게 됐다.
총리 후보자가 연속 낙마한 것은 지난 2002년 당시 장상·장대환 총리 서리에 대한 국회 임명동의안이 연이어 부결된 이후 12년 만이다.
문 후보자는 이날 오전 10시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오늘 총리 후보를 자진 사퇴한다”고 말했다.
문 후보자는 “저를 이 자리에 불러주신 이도 그분이시고, 저를 거두어드릴 수 있는 분도 그분이시다. 저는 박근혜 대통령을 도와드리고 싶었다”며 “그러나 지금 시점에서 제가 사퇴하는 것이 박 대통령을 도와드리는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문 후보자는 “저는 박 대통령이 나라의 근본을 개혁하겠다는 말씀에 공감했다. 또 분열된 이 나라를 통합과 화합으로 끌고 가겠다는 말씀에 저도 조그만 힘이지만 도와드리고 싶었다”며 “그러나 제가 총리 후보로 지명받은 후 이 나라는 더욱 극심한 대립과 분열 속으로 빠져들어갔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은 대통령이 앞으로 국정운영을 하는데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됐다”며 “또 이 나라의 통합과 화합에 조금이라도 기여코자하는 저의 뜻도 무의미하게 돼 버렸다”고 말했다.
문 후보자는 “법을 만들고 법치에 모범을 보여야 할 곳은 국회”라며 “이번 저의 일만해도 대통령이 총리 후보를 임명했으면 국회는 법 절차에 따라 청문회를 개최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진사퇴를 요구한 여야 정치권을 겨냥, “야당은 물론 여당의원 중에서도 많은 분이 이런 신성한 법적 의무를 지키지 않고 저에게 사퇴하라고 말씀했다”며 “국회가 스스로 만든 법을 깨면 이 나라는 누가 법을 지키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 뜻이라는 이름으로 오도된 여론이 국가를 흔들 때 민주주의는 위기를 맞는다”고 비판했다.
문 후보자는 언론에 대해서도 “발언 몇 구절을 따내서 그것만 보도하면 그것은 문자적인 사실 보도일 뿐이다. 그러나 그것이 전체 의미를 왜곡하고 훼손시킨다면 그것은 진실보도가 아니다”며 “우리 언론이 진실을 외면한다면 이 나라 민주주의는 희망이 없다”고 말했다.
기독교 신자인 문 후보자는 온누리교회 강연 논란과 관련, “개인은 신앙의 자유를 누리며, 그것은 소중한 기본권”이라며 “제가 평범했던 개인시절 저의 신앙에 따라 말씀 드린 것이 무슨 잘못이 되느냐”고 말했다.
문 후보자는 “제가 존경하는 김대중 전 대통령은 옥중 서신이라는 책에서 신앙을 고백하며 신앙의 의미를 밝혔다. 저는 그 책을 읽고 젊은 시절 감명받았다”며 “저는 그렇게 신앙고백을 하면 안 되고 김대중 대통령은 괜찮은 거냐”고 했다.
문 후보자는 “저를 친일과 반민족이라고 주장하는 데 대해 저와 제 가족은 너무나 큰 상처를 입었다”고 했다.
그는 그러나 “제가 총리 지명을 받은 후 벌어진 사태로 인해 우리 가족은 역설적으로 뜻하지 않은 큰 기쁨을 갖게 됐다”며 1921년 평안북도 삭주에서 일본군과 전투 중 전사한 독립유공자 문남규 선생과 자신의 조부(祖父)가 동일인으로 추정된다는 국가보훈처 발표를 거론했다.
문 후보자는 “우리 가족은 이 사실을 밖으로는 공개치않고 조용하게 절차에 따라 처리하기로 했다고 이미 어제 말씀드렸다”며 “왜냐하면 이런 정치 싸움 때문에 나라에 목숨 바친 할아버지의 명예가 훼손될 수도, 다른 독립유공자 자손들에게 누가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다”고 말했다. 조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