常識 알면福이
[안전 후진국, 뿌리부터 바꾸자] 초등생보다 못한 어른들 대피훈련… '모건스탠리의 기적' 배우자
yellowday
2014. 5. 23. 05:52
입력 : 2014.05.23 01:19
[11] 매뉴얼 없는 재난 대피훈련
-모건스탠리 年4회 대피훈련
9·11때 직원 대부분 살아남아… 美정부, 全기업에 매뉴얼 배포
-한국, 세월호 참사 후에야…
계단 대신 엘리베이터 이용… 대피路 아는 직원 없는 곳도
표준 매뉴얼·定期훈련 필수
지난 15일 오후 2시 서울 시내 A은행 본사. 지진을 대비한 훈련은 2시 정각 비상 사이렌이 울리는 것으로 시작됐다. 지진이 나면 바로 책상 밑으로 숨는 게 기본이다. 그런데 2500명에 달하는 직원들은 옷을 주섬주섬 챙기며 느릿느릿 비상계단으로 향했다. 직원들이 지나가는 자동문은 숱하게 열리고 닫히기를 반복했다.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은행 전체의 자동문을 전면 개방해 놨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상계단으로 들어선 직원들은 잡담하거나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천천히 걸었다. 한 직원이 뒤에 오는 직원을 기다리기 위해 멈추자 모든 행렬이 순차적으로 정지됐다. 2시 훈련이 시작되기 전 하이힐을 신은 여직원 수십 명은 이미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 있었다. 이들은 걸어서 내려온 사람들을 가리키며 "우리가 똑똑한 거야"라고 말했다.
A은행의 엉터리 대피 훈련이 치러지던 날, 경상남도 의령군의 의령초등학교 역시 지진 대피 훈련을 했다. 학생들은 훈련 전 한 시간가량 사전 교육을 통해 훈련 매뉴얼을 숙지한 뒤, 실제 상황과 같은 훈련을 했다. 교육을 받은 380여명의 아이는 사이렌이 울리자 즉각 배운 대로 책상 아래로 몸을 피했다. 그리고 몇 분 뒤 미리 익혀둔 경로로 모든 학생과 교사들이 넓은 공터로 대피했다. 의령초등학교 관계자는 "지진에 부상당한 학생이 나올 상황을 가정해 부상자 후송 훈련도 했다"고 밝혔다.
A은행의 엉터리 대피 훈련이 치러지던 날, 경상남도 의령군의 의령초등학교 역시 지진 대피 훈련을 했다. 학생들은 훈련 전 한 시간가량 사전 교육을 통해 훈련 매뉴얼을 숙지한 뒤, 실제 상황과 같은 훈련을 했다. 교육을 받은 380여명의 아이는 사이렌이 울리자 즉각 배운 대로 책상 아래로 몸을 피했다. 그리고 몇 분 뒤 미리 익혀둔 경로로 모든 학생과 교사들이 넓은 공터로 대피했다. 의령초등학교 관계자는 "지진에 부상당한 학생이 나올 상황을 가정해 부상자 후송 훈련도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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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은… 잡담하고 전화하며 느릿느릿 - 일부 직장인들은 불성실한 태도로 비상 훈련에 참가했다. A은행에서는 일부 직원들이 대피 훈련 도중 웃으면서 잡담을 했다(왼쪽). 22일 삼성전자의 화재 대피 훈련에서 휴대전화로 통화를 하거나(가운데) 천천히 걸어나오는 직원(오른쪽)이 있었다. /뉴시스·윤동진 객원기자·A은행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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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수건으로 코막고 빠릿빠릿 - 지난 12일 서울 중랑구 묵현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화재 대피 훈련을 하고 있다. 학생들이 불이 난 상황을 가정하고 손수건 등으로 코를 막은 채 대피 중이다. /서울중랑소방서 제공
◇모건스탠리는 1년 4번 대피 훈련
2001년 9·11 테러 때 세계무역센터에 입주해 있던 모건스탠리는 직원 2687명이 건물 붕괴 속에서도 거의 전원이 생존에 성공한 기적을 이뤘다. 모건스탠리는 평소 3개월에 한 번씩 매뉴얼대로 대피하는 훈련을 실시했다. 그 결과 전 직원은 건물 붕괴 우려 시 대피 경로를 숙지하고 있었고, 이는 비상 상황에서 탈출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모건스탠리는 9·11 이후 "훈련을 반복하면서 많은 땀을 흘릴수록 실제 상황에서 적게 피를 흘린다"는 교훈에 따라 전 세계로 대피 훈련을 확산시켰다. 모건스탠리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도 도쿄 지점에 근무하던 직원 1200명이 모두 생존했다.
미국 정부는 모든 기업이 모건스탠리 수준의 대피 훈련 프로그램을 보유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미국 노동부 산하 산업안전보건청(OSHA)은 2001년 모든 기업과 기관에 표준 대피 매뉴얼을 배포했다. OSHA 관계자는 "정돈되지 않은 대피 훈련은 혼란이나 부상만 야기할 수 있다"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매뉴얼을 배포한 것"이라고 밝혔다. 매뉴얼에는 시각이나 청각 장애인에게 대피 상황을 알리는 수단까지 명시돼 있고, 연령 등에 따른 대피 순서까지 정하고 있다.
◇공무원 대피 계획은 있지만…
우리 정부는 공무원을 위한 대피 훈련 매뉴얼은 갖고 있다. 서울 중앙정부청사 관계자는 "1년에 4차례 대피 훈련을 실시해 대부분 공무원이 비상 상황 발생 시 대피 경로를 숙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업들을 향해 안전 매뉴얼을 갖추고 훈련토록 독려하는 노력은 부족한 실정이다. 미국의 표준 매뉴얼은 25쪽에 이르지만, 우리나라 소방방재청이 만든 '초고층 건축물 재난 사고 대응 매뉴얼'은 3쪽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제대로 보급되지 않고 있다.
이런 현실을 고치려면 기업과 정부가 대피 표준 매뉴얼을 만든 뒤 사전 교육이 포함된 대피 훈련을 정기적으로 실시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강태섭 부경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사전 교육 등이 빠진 형식적인 훈련은 잘못된 정보만 줄 수 있어서 하지 않는 것만 못하다"며 "확실한 시나리오가 있는 대피 훈련을 주기적으로 실시하는 것이 위기 시 인명을 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모건스탠리의 기적
베트남 참전 용사인 모건스탠리의 안전책임자 릭 레스콜라가 9·11 테러 사건 당시 세계무역센터에 입주한 모건스탠리의 직원 2687명 중 거의 대부분을 안전하게 대피시킨 것을 말한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