運動 연예스타

거친 風浪 있었다… 그래도 노래한다, 바다니까

yellowday 2013. 7. 8. 21:56

입력 : 2013.07.08 03:04 | 수정 : 2013.07.08 17:18

[뮤지컬 데뷔 10년, 바다'스칼렛 핌퍼넬' 여주인공]

비닐하우스에서 태어났지만 가난 부끄럽게 생각한 적 없어… 오히려 재능 빨리 찾게해줘
뮤지컬은 번지·연극은 마라톤… 오래가는 연극배우 되고 싶어 뮤지컬에 일단 온 몸 던졌죠

S.E.S가 데뷔하던 1997년 11월, 그룹 리더였던 바다(본명 최성희)는 밤마다 찬물로 샤워했다. "언니, 추운데 왜 그래?" 같은 멤버였던 유진의 질문에 바다는 "이래야 피부가 쫀쫀해진대"라고 답했다. 그러곤 속으로 울었다. "엄마랑 아빠가 더운물로 샤워할 수 있을 때까지, 나도 찬물에 샤워할 거야." 1년이 못 돼 S.E.S는 '국민 요정'이란 칭호를 얻었고, 바다는 더운물이 펑펑 나오는 집으로 양친을 모셨다. "찬물 샤워하며 각오를 다지던 기억이 생생해요. 그런 감이 배우로서 저를 살아있게 하는 것 같아요."

지난 4일 뮤지컬 '스칼렛 핌퍼넬'의 여주인공 마그리트로 첫 공연을 마친 바다(33)를 공연장인 LG아트센터 인근에서 만났다. 오후 11시 30분. 지칠 만한 시각이다. 그러나 분장 지우고 모자를 눌러쓴 그는 피곤한 기색 없이 내내 진지하고 유쾌한 모습이었다. "가난이 뭐가 창피해요. 환경이 힘들었을 뿐, 제 마음이 가난한 적이 없었는데요." 집세를 못 내 조립식 컨테이너에서 살던 이야기를 하면서도 그는 환했다.

뮤지컬‘스칼렛 핌퍼넬’여주인공 마그리트를 맡은 바다가 지난 4일 첫 공연 직전 분장실에서 긴장을 풀고 있다. 입고 있는 깃털 의상은 첫 장면에 나온다. /김연정 객원기자
18세기 프랑스 혁명이 배경인 '스칼렛 핌퍼넬'은 낮에는 한량, 밤에는 영웅으로 사는 귀족 퍼시가 주인공이다. 퍼시와 사랑을 나누는 마그리트는 결사대에 참여했다가 체포된 남동생 아르망을 구하러 나서며 외친다. "아르망을 찾을 수 있다면 뭐든지 할 거야!" 바다는 "그 대사에서 '아빠를 도울 수 있다면 뭐든지 할 거야'라고 다짐하던 순간이 떠올랐다"고 했다.

바다의 아버지 최세월(본명 최장봉)씨는 '고속도로 트로트 4대 천왕'으로 불리던 '음지의 가수'였다. 한때 나이트클럽 사장으로 기사 딸린 차를 굴리던 아버지가 와병하며 집안은 풍비박산이 됐다. 아버지 최씨는 삿갓 쓰고 밤무대에 올라 민요를 부르며 돈을 벌었다. 바다는 아버지가 생계를 위해 오리를 치던 시기, 500마리가 꽥꽥거리는 비닐하우스에서 태어났다. "제가 아버지에게 도움이 돼야 한다는 생각이 일찌감치 들었어요. 그래서 재능을 빨리 찾게 된 것 같아요."

안양예고 재학 시절에는 등록금을 가장 늦게 내는 아이였다. "제 인생은 심플해요. 학비 때문에 가수가 됐어요. 그래도 꿈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연극배우예요. 노래도 살리면서 연극으로 가는 교두보로 도전한 게 뮤지컬이고요."


	바다가 가장무도회 도중 동생을 구하기 위해 혁명 동지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장면.
바다가 가장무도회 도중 동생을 구하기 위해 혁명 동지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장면. /김연정 객원기자
뮤지컬 데뷔작은 2003년 창작뮤지컬 '페퍼민트'였다. 이유리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집행위원장이 그를 염두에 두고 여가수의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를 썼다. 당시 바다는 연기가 뛰어나다고 호평받았다. 바다는 "제게 뮤지컬은 번지점프, 연극은 마라톤"이라고 했다. "아이돌로 지낼 때는 갈증이 컸어요. 살아있는 노래를 부르고 싶었는데 기획사에서는 '얼굴 망가지니 립싱크하라'고 했어요. 어쩔 수 없이 틀에 맞춰 살았죠. 뮤지컬 하겠다고 하니 모두 말렸어요. 하지만 번지점프처럼 일단 도전해야 하는 일이 있잖아요. 마라톤처럼 오래갈 연극배우가 되려면요."

요즘 '잘나가는 뮤지컬 배우' 중 하나는 '핑클' 출신 옥주현이다. S.E.S와 핑클은 당대의 라이벌이었다. "(옥)주현이를 라이벌이라고 느끼느냐고요? 저 자신하고 싸우느라 다른 사람과 경쟁할 시간이 없어요. 제가 원하는 미래의 제 모습만이 제 라이벌이죠."

새벽 1시, 바다는 TV 프로그램 '불후의 명곡' 안무 연습이 잡혀 있다며 일어섰다. "'스칼렛'은 오랜만에 맡은 대작 주인공이라 꼭 사랑받고 싶어요. 하지만 전 운명론자라,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개의치 않아요. 그런데 그거 아세요? 운명론자들이 더 열심히 노력해요. 결과를 운명으로 받아들일 뿐이죠."